[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 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가 배달의민족 '배민1플러스'를 이용해 2만원짜리 치킨 1마리 팔 때 남는 돈은 정확히 3674원이다. 배달 관련 비용과 원부자재 비용을 모두 제한 액수다. 중개이용료 1495원, 서울 지역 배달비 3200원, 결제 대행 수수료 660원, 부가세 536원 등 배달을 위해 사용하는 금액만 5891원에 달한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는 순간 치킨값의 4분의 1 이상이 날아가는 셈이다. 다른 배달앱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점주가 쿠팡이츠 '스마트요금제'를 이용해 치킨 1마리를 팔 때 남는 돈은 3278원, 요기요 '요기배달'을 이용하면 3714원이다. 반강제인 배달앱 할인 쿠폰 비용을 2000원만 부담한다고 쳐도 A씨가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1000원대에 불과하다.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 시대'를 맞은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다. 15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월 매출 2000만원 수준 음식점이 한달에 사용하는 배달 관련 비용만 545만원에 달한다. 배달앱 중개수수료, 배달 라이더 비용, 카드 수수료 등을 합한 금액으로 전체의 27.3%에 해당하는 액수다. 배달앱 광고에 적극적인 일부 매장의 경우 해당 금액이 40% 안팎을 오르내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올해부터 배민원1플러스, 스마트요금제 등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떼가는 정률제 상품이 득세하며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정률제를 적용하면 매출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배달 관련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안 쓰면 된다'는 성립하지 않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앱들이 국내 외식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탓이다. 일반 음식점이 배달앱 없이 장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가 됐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관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죽어라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 된다. 배달앱을 무조건 이용해야 하는 구조인데 방법이 없다"며 "배달앱이 생기기 전이 그립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가까운 거리는 차라리 직접 가져다주고 싶은데, 지금은 배달앱 정책상 가맹점이 직접 배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대판 소작농' 아니냐는 말을 자조적으로 자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붙은 배달앱들의 '무료 배달' 출혈 경쟁은 자영업자들을 더 두렵게 하는 요소다. 요기요를 제외하면 무료 배달은 보통 배달앱 자체 배달 서비스에 가입한 가게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무료 배달로 유입되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선 정률제 수수료 기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액제 요금제만 사용하던 자영업자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향후 배달앱들이 무료 배달 비용을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달앱들이 현재와 같은 출혈 경쟁을 무기한 벌일 것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된 시점에서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출혈 경쟁의 여파가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음식 가격이 오르게 된다면 소비자 역시 피해를 보게 된다.
전문가들은 배달앱에 종속된 자영업자를 구제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도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달앱들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이를 관리·감독할 시점이 왔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 시장에서 배달앱들은 이미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에 종속된 상태"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남용 행위를 감시하고 위반 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배달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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