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가의 관심도 총선 결과에 쏠려있다. 금융투자소득세 존폐 여부가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선 금투세 폐지로 수십억 원의 개발 비용이 매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금투세가 여야의 총선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총선이 국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금투세 시행을 예상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대부분이라 금투세 폐지가 확실시되면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대주주에게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현행 주식 과세 대신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금융상품 매매(환매) 수익이 일정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이면 20%의 세금(3억원 초과분은 25%)을 일괄 부과하는 제도다.
금투세 도입은 정권에 상관없이 논의됐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여야가 합의해 2년이 유예됐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2025년 시행 예정이지만,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민의 힘도 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금투세 도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국민의 힘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최소 20% 이상의 세금이 부과돼 해외 투자 자금 유출이 심화되거나 증시 매도세가 강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로 인해 주가 하락은 소액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위한 폐지는 결국 부자 감세라고 주장한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매년 1조3443억원의 세금이 걷히지만, 폐지되면 연간 1조원이 넘는 국세가 덜 걷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총선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총선 이후 유의미한 증시 반등이 나타났던 적이 크게 없었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도 선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참고할 때 총선 이후 유의미한 증시 반등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선거 이전까지는 기대감의 영역에서 수혜주가 테마틱하게 움직였으나, 사후적으로는 실제 정책 입안 과정이 진행돼 가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총선 자체가 코스피 지수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다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면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대한 우려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에 증권가에선 총선 이후의 증시 변동성보다 금투세 향방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2023년 금투세 시행을 목표로 하던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은 원천징수 시스템 개발을 거의 끝마친 상태다. 만일 금투세가 폐지되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수십억 원이 매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스탠바이인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금투세 폐지가 현실화되면 몇십억 단위의 비용을 손실 처리해야 한다. 적은 돈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시스템 개발을 기초만 해놓은 단계"라고 귀띔하며 "금투세가 시행되면 서둘러 개발을 완료해야 해서 긴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 사안이기에 총선 결과가 나온 후에도 향방을 확실히 알 수 없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아서다. 이에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당의 표 대결에 금투세가 이용당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를 늘리거나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지만, 금투세는 결국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논의 과정에서 양당의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고 폐지, 유지만 외치고 있다.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드는 풍토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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