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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사태 50일, 지역의료계 판도 바뀐다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시작한 지 50일 정도 되면서 지방 의료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의사 인력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전국의 대학병원들이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바람에 지방의 중견 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8일 부산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으로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부산지역 대학병원들은 입원환자수가 급감해 500∼600명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종합병원 로비에 진료를 보려는 환자들로 몰려있다. [사진=온종합병원]

이는 하루 1000명선을 넘나들면서 95% 수준의 병상가동률을 기록하던 전공의 사태 이전에 비해 급감한 것이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이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아예 입원환자 통계를 산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들의 진료실적도 예년에 비해 20∼30% 줄어들어 간호사 등 직원들을 휴가 보내는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온종합병원 등 부산지역 일부 중견 종합병원은 요즘 입원환자수가 500명을 웃돌고 있다.

온종합병원의 경우 지난달 하순부터 입원환자수가 500명을 넘어섰다. 이달들어서도 52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평균 재원환자 수도 390명에서 올해 3월 현재 450명으로 급증했다.

온종합병원은 전공의 사태 이후 수술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비수기에 해당해 예년 같으면 환자 수가 줄어드는데, 올해엔 수술 건수가 지난해 3월에 비해 14.4%나 증가했다.

중환자실의 경우도 지난해 3월 한 달간 93명이 입원했으나 올해 3월에는 79.%나 증가한 167명에 달했다.

이는 암 등 중환자 수술뿐 아니라 환절기를 맞아 급증한 심정지 등 중증 심뇌혈관 응급환자들이 많이 이송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교수 출신 의료진을 꾸준히 영입해 내실을 다져오던 지역 중견 종합병원들이 전공의 사태로 인해 중환자들이 찾게 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의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 전공의 사태로 서울에서의 수술길이 막혀 발을 동동거리다가 극적으로 췌장암 수술을 받은 올해 예순 살의 환자 A씨가 지방의료 우수성을 알리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면서 이 병원으로 수술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초 경상남도 통영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전공의 파동으로 대형병원들이 파행 운영되면서 서울에서의 수술길이 막혔으나 다행히 부산 온종합병원 간담췌외과 김건국 교수(전 가천의대 길병원 교수)로부터 4시간30분에 걸쳐 근치적 전방향 췌비장절제술을 성공적으로 수술받았다.

지난해부터 700병상을 허가받아 운영 중인 온종합병원은 이미 간담췌외과, 외과, 흉부외과, 유방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을 중심으로 각종 암 수술·치료병원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입원한 환자 1만6581명 가운데 12.2%인 2032명이 암환자였다. 이 가운데 27.01%인 549명이 췌장암 환자였다.

김동헌 온종합병원 병원장은 “지난 2018년 방사선선형 가속기를 도입하면서 암 진료에 주력하기로 하고 대학병원으로부터 해당분야의 권위자들을 꾸준히 초빙해왔던 게 최근 전공의 사태로 암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이 막히면서 지역 중견 종합병원의 진료 역량이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사태 이후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 폐해는 물론 그동안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들을 국민들이 알게 됐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정부의 정책들은 환영할 만하다”며 “전공의 사태에 따른 의료 현장의 공백이 하루빨리 해소될 수 있게 의정 간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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