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이 '정권심판의 칼'이 되고 있다. 세일 중인 대파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취지였다는 대통령실 해명이 나왔지만, 사실 전후와 관계 없이 '경제 무능력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는 "원래 가격은 1700원 정도 해야 하는데, 저희가 875원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각각 "원래는 2550원" "한창 비쌀 때는 3900원까지"라고 답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당시 하나로마트는 한 단에 4250원이었던 대파를 정부 지원금 2000원(납품단가 지원)에 자체 할인 1000원과 농산물할인 지원쿠폰 375원을 더해 875원에 판매 중이었다.
대통령실은 당일 대통령실 홈페이지 브리핑을 통해 이날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김수경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채소 판매장을 방문해 대파, 백오이 등의 가격을 일일이 확인하고 염기동 농협유통 대표이사에게 대파 판매 가격이 재래시장 등 다른 곳과 차이가 없는지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염 대표이사가 농협에서 자체 예산을 투입해서 판매가격을 낮춰 다를 수 있으나 정부 할인지원 제도는 재래시장도 적용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통령이 최근 재래시장을 많이 돌아보고 있다며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는 20일 <민생점검 날 대폭 할인?‥때아닌 '대파 논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로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지적했다. 매체는 "대통령이 고물가로 고통받는 민생현장을 냉철하게 파악해야하는 자리에서 대신 정부 행정 성과만 설명들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보도 후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선거 유세를 하며 각 지역 전통시장에 방문해 대파 가격을 인증하는 등 '대파 챌린지'도 이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토지금고시장에서 "(정부가) 관심이 없어서 무식해서 그렇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4일 대전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대전시당 창당당회에서 "윤 정권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 등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 발언의 전반적 취지와는 다른 편파적 보도와 공격이라는 전문가들 반박이 나왔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다른 데서도 이 가격 받을 수 있나?' 이렇게 말한 건데 (영상을) 자르고 보도된 것"이라며 "최소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 분들이 지적하면 안 된다고 보는 게 2021년 3월에 대파 1kg 소매 가격이 6982원을 했더라. 그래서 그때 파테크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3년도 채 안 돼서 마치 이런 파 가격은 윤석열 정부의 재앙인 것처럼 얘기를 하니 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20일 보도한 '민생 점검 날 대폭 할인? 때아닌 대파 논쟁'에 대한 민원이 방심위에 접수됐다.
민원인은 대통령이 당일 방문한 하나로마트 외에도 재래시장 등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장관 발언을 고려하면 해당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MBC 노동조합(제3노조)도 성명을 내고 "당시 윤 대통령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으로부터 명백하게 대파의 가격 대(2550~3900원)를 들어 알고 있었고, 뉴스데스크 리포트에도 대통령이 '근데 여기 지금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그렇게 싸게 사기 어려운 거 아니에요'라고 발언하는 대목이 나온다"며 "그런데 뉴스데스크가 일방적으로 대통령의 인식을 매도하는 주제로 리포트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일부 좌파 온라인 매체, 유튜브에서만 정치선전용으로 나오던 기사를 공영방송이 대통령실의 공식 반론없이 보도한 이유는 무엇이냐"며 "이는 공영방송 MBC가 민주당을 위한 '정치적 스피커'가 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대파 논란'은 여전히 계속됐다. 조국 대표는 이날 대구를 찾아 "윤 대통령의 실정과 무능이 '대파' 문제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어떤 할인쿠폰이 적용돼 (대파 가격이) 870원인지 몰랐으면 무지한 것이고, 870원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면 대국민 사기를 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후덕 경기 파주시갑 후보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파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발대식 오는 길 마트에 들러 대파, 사과, 배를 구매했는데 한 단에 875원이 아니라 2580원인 것을 확인했다"며 "명절 때 1만원에 육박했던 사과는 한 개에 5000원 정도, 배는 6500원이었는데 역시 윤 정권에 대해 국민이 심판하니까 가격이 내리고 미친 물가가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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