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변하지 않는 정치에 표를 주는 것이 바로 사표입니다. 민생은 뒷전이고 강성 지지층의 분노만 부추겨 자신들의 이익만 꾀하는 정치를 이젠 끝내야 합니다"
금배지를 던지고 '혈혈단신'으로 제3지대행을 결정한 허은아 개혁신당 영등포갑 후보는 소수정당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에 대해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원칙과 소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탈당했다"면서도 "실제 와보니 상황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어느 누구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허 후보는 "기회주의와 권력만 추종하는 양당정치, 상대에 대한 혐오만을 에너지로 쓰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며 개혁신당과 정치인 허은아가 선거 승리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국민들에게 반드시 선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21대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활동하며 당 수석대변인 등을 역임한 허 후보는, 지난 1월 탈당 후 개혁신당 합류를 선언하며 자동적으로 의원직도 상실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의 국정운영 기조와 수직적 당정관계 등을 지적하며 "신당을 통해 비겁하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으로 동대문구 갑 출마를 준비했던 허 후보는, 개혁신당 후보로서 이번엔 '서울 영등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허 후보는 혼자 다니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작은 당에서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나선 저를 응원해주는 많은 구민들 덕에 하루하루 행복하다고 전했다. 그는 "영등포에서 아이까지 키운 '워킹맘 허은아'가 느꼈던 불편들을 정책으로 잘 녹여내 청년이 살기 좋은 영등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허 후보와의 일문일답.
- 힘들게 얻은 금배지를 포기하고 '광야'로 나왔다. '개혁신당'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2020년 총선에서 인재영입으로 국민의힘에 들어왔다. 이후 4년 간 가시밭길의 여정을 걷더라도 내가 '보수 정치인'이라는 것을 놓친 적은 없다. 그것이 내 가치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국민들이 보수 정치에 대해서 국민들이 호감을 가질 수 있을지,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탈당 당시 국민의힘은 '보수'의 모습이 아니었다. 용산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철 지난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검사 일색'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던 대통령 가족 처신 문제는 덤이었다. 우리(국민의힘)가 민주당한테 그토록 비난했던 '내로남불'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데, '이 당에 계속 남아있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원칙과 소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 탈당했다. 꽃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고,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실제 신당에 와보니 상황이 많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여기 온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민생은 뒷전이고 강성지지층의 분노만 부추겨 자신들의 이익만 꾀하는 정치, 이제 끝낼 때가 됐다. 변하지 않는 정치에 표를 주는 것이 사표다. 정치개혁을 꿈꾸시는 분들은 개혁신당을 찍어주실 거라 믿는다."
-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정당에 몸담고 있다가 규모가 작은 정당 소속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신생정당이다보니 거대 양당에 비해서는 조직 규모가 당연히 작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혼자 인사드리러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참 힘이나고 행복하다.
정말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하루에 2~3분이 손을 덥석 잡고 우신다. 영등포 주민이 아닌 사람도 저를 붙잡고 "영등포 사는 사람한테 (투표하라고) 꼭 얘기해줄게" 하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 정치 바꿔보겠다고 나와서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우셨다고 하신다. 그런 응원에 힘을 받고,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 자리를 통해 응원해 주시는 영등포구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도 전하고 싶다."
- 지역구 영등포 갑 얘기다. 국민의힘에 몸담던 시절부터 기반을 닦아온 동대문 을에서 영등포 갑으로 지역구를 옮기게 됐다. 배경이 있다면.
"영등포는 지난 20년 동안 제 삶의 터전이었다. 부모님께서 이곳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하셨고 저는 과일 가게 옆에 붙어있던 단칸방에서 자랐다. 네 가족이 3~4평 남짓한 공간에서 옹기종기 붙어서 나눴던 온기, 자랑스럽고 애틋하게 기억한다.
또 커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신혼살림을 꾸리고 딸아이를 낳아 영등포에 초중고를 보냈다. 그 아이가 지금은 스무살의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자식 낳아 키우는 여느 부모처럼 너무나 큰 보람을 느낀다. 일하는 여성으로서도 꿈을 키웠다. 승무원, 중소기업 창업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제가 하고 싶은 꿈을 이뤄낸 곳이다.
이렇게 영등포는 내가 차근차근 '스텝업'을 해온 곳이고, 희망이 있던 곳이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한테 이를 물려줄 때 더 나아야 하는데, 지금 영등포를 보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보수의 가치는 '희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이를 되찾기 위해 당의 영등포 갑 출마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
-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영주 의원의 국민의힘행으로 이 지역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 힘으로 5선을 노리는 김영주 후보, 영등포구청장 출신 채현일(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부수로 던질 전략이 있는지.
"개혁신당 후보 허은아로 하루하루 진심으로 영등포구민께 다가갈 뿐이다. 제가 늦게 온 것은 맞다. 채 후보는 구청장을 했고, 김 후보는 3선을 여기서 했다. 그 세월을 제가 따라가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영등포를 위한 공약은 추가로 더 공개할 예정이지만, 지금 어떤 비책 같은 것을 써서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구민들이 이미 각 후보들의 삶의 궤적을 알고 계시고, 그 궤적을 보면 영등포와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서 어떤 후보를 가장 적합할지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거라 생각한다.
저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후보고,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하며 아이를 키운 엄마이다. 지난 20년 동안 영등포에서 그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영등포의 청년세대와 젊은 부부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사회초년생 허은아, 아이 키운 워킹맘 허은아가 느꼈던 불편들을 정책으로 잘 녹여내 청년이 살기 좋은 영등포를 만들고 싶다."
- 영등포 갑 지역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이번 선거에서 영등포구민 여러분께 '떠날 수 없는 매력도시 영등포'를 만들겠다 약속드렸다. 영등포 엄마들이 가장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교육문제다. 교육 때문에 영등포를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영등포의 교육 인프라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공정한 사회에서 견고한 기회사다리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요소다. 이런 불편 해결을 위해 양질의 온라인강의와 멘토링을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영등포런(Learn)’ 정책 공약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1인 가구 청년 지원도 중요하다. 끝없는 경기불황, 치솟는 물가로 청년들이 주거비,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을 위해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공급 계획과 연계해 주변시세 70%를 넘지 않는 △가성비 청년주택 공급 △청년 중개보수 할인혜택 △음식·패션·외식 할인 대학생 ‘청년라이프패스’ 등의 공약을 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영등포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터를 잡을 수 있도록 △청년 인테리어 지원 △30세 이상 단독 세대주의 주택매매시 관련 요건 완화(디딤돌 대출) △주택 골조-인테리어 분리 판매제 △청년 오피스텔 매입 시 취득세 감면 등 청년의 내집 마련 지원 공약도 준비 중이다."
-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당 내 잡음이 다소 있었다. 특히 지도부의 비례 출마, 평소 당이 강조하던 반도체 관련 영입인재의 순번 미포함 등이 지적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10명 비례대표 후보 중 일단 5명이 전문성을 갖춘 비정치인 출신이다. 그리고 당선권에도 1번과 3번을 받으신 이주영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문지숙 항노화 바이오공학과 교수만 봐도 그렇다. 전문성 있는 후보들의 기회를 차단했다는 것은 과도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당이 용인-동탄에 반도체 벨트를 구축에 놓고 선거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인재가 한 명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명단 확정 과정에서 많은 동지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속상한 마음을 헤아리기도 어렵지만, 우리가 개혁신당으로 함께 한 이유를 되새기며 더 큰 목표를 보고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 국민의힘이 최근 공천 결과 등을 두고 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윤·한 갈등'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1차 윤·한 갈등이 있었을 때도 선거 국면마다 2·3차 윤·한 갈등이 있을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한 약속대련'이 더 맞는 표현같다.
보수, 진보를 떠나 누가봐도 이종섭 호주대사 파견, 황상무 수석 망언은 매우 잘못된 행태이다. 황상무 수석은 개인의 잘못이라고 치더라도, 이종섭 호주대사 파견은 애초에 일어나면 안될 일이자, 비판이 나오면 즉각 조치를 했어야하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비판의 강도가 강해지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대통령실이 깜짝 놀란 것 같다. 그제야 한동훈 위원장이 형식적인 요청을 하고 대통령실이 즉각 응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1차 '윤·한 갈등'에 비하면 핑퐁하듯이 착착착 진행됐다. 다들 아시겠지만 국민의힘 공천도 친윤불패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이번 윤·한 갈등은 약속대련이자 일종의 시간 벌어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본다. 국민들이 두 번 속지는 않을 것이다."
- 개혁신당을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라고 하면, 국민의힘과의 차별화 지점은 어디인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 개혁신당의 목표다. 제가 자랄 때만 해도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소리를 듣기 참 어렵다. 부모 세대의 교육격차가 소득격차를 낳고, 소득격차가 자녀의 사교육비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오죽하면 세습사회라는 말이 유행하겠는가.
현재의 2030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많은 노력과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세대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싶다는 말은 당연하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 튼튼한 기회의 사다리가 보장되고,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개혁신당의 비전이다.
그런데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원칙과 상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을 과연 원칙과 상식이 있는 정당이라 볼 수 있는가. 이번 영등포갑 공천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후보로 나온 김영주 의원은 영등포갑에서 세 번이나 민주당 후보로 나오셨던 분이고, 민주당에서 하위 20%에 든 '낙제생'이다. 보수층에게 이런 분을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납득이 되느냐. 이번 영등포갑 선거는 원칙없는 승리를 얻으려는 후보와 원칙있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보의 싸움이다. 영등포구민이나 보수 지지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잘 판단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 개혁신당, 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끝으로 당선된다면 국회에서의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하다.
"계속 강조하듯 개혁신당의 목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도 선대위 체제로 전환 후 발표할 것이다.
허은아 개인의 목표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국민의힘 탈당 기자회견 때 드린 말씀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역사를 물려줍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다. 진영을 떠나 이 말씀에 정말 공감한다. 기회주의가 만연한 정치권은 국민이 아닌 권력을 보고 정치하기 때문이다.
작금의 정치상황이 아주 잘 보여준다.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친윤불패 공천'이란 단어가 우리 정치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회주의와 권력만 추종하는 양당정치, 상대에 대한 혐오만을 에너지로 쓰는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도 이재명 방탄과 대통령 거부권만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다.
비겁하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결국에는 원칙과 상식이 인정받고 이긴다는 것을 정치인 허은아가 몸소 증명하고 싶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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