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22대 총선을 관통하는 국민의힘 기조는 중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였다. 현역이 '대거 물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공천 마무리 결과 그 비율은 35.1%로 나타났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제시한 목표치에는 부합했으나 지난 21대 총선의 43.5%와 비교하면 10%p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현역이 14명인 부산의 경우 7명으로 절반이 교체돼 그 비율이 유독 높았다.
서지영 후보도 부산 동래에서 3자 경선을 거쳐 현역 김희곤 의원과 4년 만의 '리턴매치' 끝에 공천장을 쥐었다. 서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 온천동 캠프 사무소에서 진행된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동래 당원들과 시민들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다"며 "경선 과정에서 변화의 요구를 받아들게 된 것은 우리 당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말했다.
동래는 연제, 금정과 함께 '온천천 벨트'로 불리는 선거구다. 국민의힘이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낙동강 벨트'와 달리 보수 지지세가 비교적 굳건한 곳으로 분류된다. 동래는 서지영 후보가 현역 김희곤 의원을, 연제는 재선 출신의 김희정 후보가 현역 이주환 의원을 각각 경선에서 꺾었다. 금정은 현역 백종헌 의원이 신승을 거뒀다.
서 후보는 이러한 결과를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의 요구를 당이 받아든 것은 큰 메시지다. 온천천 벨트가 여의도 정치 대전환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선수교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세의 국회 역시 선수교체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후보 경선 승리의 의미가 부산에서의 현역 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직자 출신으로 단수·전략공천을 받지 않고 경선을 치러 본선에 진출한 사례로도 유일하다. 학산여중, 대명여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당직자 공채 7기 출신으로 중앙당에서 공보실장, 총무국장, 원내대표 보좌역 등을 지냈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정책보좌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동래에서 자란 서 후보는 '미래형 과학교육특구'를 조성해 동래의 '명품 교육'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제 미래형 인재를 키워낼 인프라가 제공돼야 특구로서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며 "서원, 향교 중심의 전통적인 교육 분위기를 인문학적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형 인재 교육은 '과학'에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 후보와의 일문일답
– 그동안 지역구 관리를 어떻게 했나
"지난해 12월 예비후보에 등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4년 전을 되돌아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에 경선을 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씨앗이 뿌려졌다고 본다. 그동안 맺었던 인연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에게 서서히 인사드리면서 보폭을 늘려간 시간이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침 저녁 출퇴근 인사다. 경선 기간을 거치면서는 당원들을 우선적으로 만나면서 선거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일반 시민들과 자주 접촉하면서 대면 기회를 넓혀 나가고 있다. 수안교차로를 비롯해 내성·미남·안락교차로 등 동래구 주요 교차로에서 출퇴근길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지하철 역사에서 출근길 바쁜 분들에게 명함을 드리며 인사하는 것은 오히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춥든, 바람이 불든,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지나는 차량이나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 시간은 수양과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하다.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할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
– 3자 경선을 거쳐 결선 끝에 동래 후보로 확정됐다. 김희곤 의원과는 '리턴매치'에서 이겼다. 치열한 예선을 뚫은 비결이 뭔가
"최종 경선 결과를 보면서 사실 나도 놀랐다. 제게 어떤 큰 힘이 있었다기보다는 '동래 당원들, 동래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다'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가장 정확한 워딩이다. 정말 변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특히 당원들이 강한 변화 요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4년 사이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당의 책임당원 숫자가 20만 명 수준에서 80만 명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전국적 추이가 그렇고 부산 동래 당협도 마찬가지로 늘었다. 일반적 지지가 아니라 적극적 지지자들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당원들은 현명하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분들이다. 'PK(부산·경남)는 (누가 후보가 되든)안전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임할 수 없는 이유다."
– 본선보다 어려운 경선이란 평가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후보와의 본선 경쟁은 자신하나
"서지영 승리에 대해선 확신을 갖고 있다. '압도적 승리'가 목표다. 경쟁 상대를 가볍게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대 후보 측에서 나를 '국회의원 원정 쇼핑'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후보 출마 직전까지 국민의힘 중앙당에서 일했다. 동래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동래 출신이 여의도 정치권, 청와대, 정부 부처에서 일하면서 정치적·정책적 훈련의 시간을 거친 것이다. 여러 선거를 치른 경험과 정책 무대에서 성장을 해 왔다. '서울 사람'이라고 네이밍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렇게 '나누기 정치', '빼기 정치'를 해서는 동래정치의 리더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동래 출신이라면, 동래와 인연이 있다면 모두 동래 사람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더 수준 높은 경험을 한 분들이 동래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디에서 일했다고 빼고, 또 뺀다면 동래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나."
– 국민의힘은 PK에서 험지로 꼽히는 '낙동강 벨트'를 탈환해야 한다는 데 선거 운동의 방점이 찍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힌 '온천천 벨트'의 민심은 어떤가
"이번에 '온천천 벨트'의 공천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동래에서 현역 교체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연제구 김희정 후보가 경선에서 이겨 현역이 교체됐고, 금정 역시 경선이 치러졌는데 현역의원이 신승을 거뒀다. 모두 치열한 경선이 벌어진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의 요구를 당이 받아 들게 된 것은 큰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경선을 치르면서 변화의 요구가 수용됐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교체' 주장은 그만큼 힘을 잃었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선수교체' 캐치프레이즈는 동래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 선수교체는 이뤘다. 그렇다면 동래는 왜 국민의힘이 사수해야 하나
"이번 선거는 궁극적으로 민주당 다수의 국회 독점을 깨야 하는 데 최종 목적이 있다. 국회의 선수교체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운동권 중심의 국회 운영은 반드시 깨져야 한다. 특정 이념 집단, 운동권 출신이 국회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 정상적이지 않다. 비정상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상식과 건전한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할 사람으로 여야가 채워져야 한다. 또 우리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압도적 민주당 의석 안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동래의 외형적, 질적 변화를 실현하자면 부산시, 중앙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시장이 우리 당 인사이고, 어렵게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는데 지금의 기회를 놓친다면 동래의 발전은 더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래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중앙정부-부산시-국회의원이 삼위일체가 돼 움직여야 한다."
– 동래의 핵심 현안은 뭔가. 주요 공약을 소개해 달라
"동래는 부산 이전에 '동래부'가 있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곳이다. 임진왜란의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를 사수하려 했던 강한 호국정신이 있던 곳이고 조선시대부터 향교, 서원이 많은 교육특구였다. 그런데 이제는 교육의 방향성을 정할 때다. 기본적으로 '미래형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인프라가 제공돼야 한다. 그래야만 특구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 서원, 향교 중심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인문학적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미래형 인재의 방점을 '과학교육'에 둘 생각이다. 동래를 '미래형 과학교육특구'로 조성하는 것이다. 입시 중심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과학교육 공간이나 콘텐츠를 마련할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주민들을 만나면 지역적 자부심에 비해 변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4년 전에 비해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새로운 인구 유입이 늘었다. 동래가 한때 '분구'까지 거론됐는데 현재 그 상한선에 걸려 있다. 안락동, 명장동, 명륜동 일대에 오랫동안 거주한 인구가 있는가 하면, 온천동, 사직동 일대에 새로 입주해 들어온 분들이 많다. 같은 구 안에서도 고령화 인구, 학령 인구가 나뉘어 늘면서 욕구들이 다양해진 점이 특징이다. 지역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따라 요구하는 인프라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수요에 비해 적합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 70년대생 젊은 후보로서 한동훈 위원장이 주장하는 '86운동권 청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소위 '86 운동권 세대'가 우리나라와 사회에 기여한 바는 크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세대가 계속해서 이 시대를 독점해야 한다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운동권 세대로서 기여를 했다고 하나, 끊임없이 정치적 주류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그런 문화를 정치권에 계속 가져와서 유지시키고 있는 것은 시대 변화와 발전에 매우 역행하는 것이다. 오픈 마인드로 새로운 시대 정신을 읽어낸다면 롱런할 수 있다. 투쟁적 문화, 대립적 문화, 정쟁적 문화로 정치 문화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이것이 단순한 '세대교체' 주장은 아니다. 특정 세대가 시대를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대는 모든 세대가 공존하는 것이다. 젊은 층, 청년, 중장년, 노년 세대가 언제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 사무처 당직자 출신인 만큼 국회의 '선수'로서 꿈꾼 그림이 구체적일 것 같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24년간 수많은 정치인을 보고 수많은 선거를 거쳐 정당의 위기와 성공, 정치인 개인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어떻게 할 때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반대로 준엄한 심판을 받았는지가 '프로그래밍' 돼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그 지역의 '대의민주주의'다. 물론 국회의원이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고,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여러 기관 종사자분들을 만나며 교육, 복지, 문화 등 분야에서 유능하고 전문성이 있고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적인 자세로 일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느꼈다. 그분들은 지역의 구석구석까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지역 전문가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고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면서, 지역의 현안은 전문가의 의견이 100%, 200%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밀어드리는 서포터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해서 '함께 일하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
/부산=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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