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3위 신세계면세점이 2위 신라면세점을 지난해 국내 매출에서 처음으로 앞질렀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가 면세 사업에 진출한 후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시내면세점 매출 증가와 개별 관광객을 공략한 것이 통한 모습이다.
19일 관세청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에서 3조162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롯데면세점이 1위로 국내 면세점 매출 4조2939억원을 기록했고, 신라면세점은 3조31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 1조8166억원으로 4위에 자리했다.
핵심 점포인 본점 매출에서도 신세계가 앞섰다. 지난해 각 사 본점 매출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이 3조159억원으로 1위에 올랐으며 신세계면세점 본점이 2조4595억원,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2조385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본점 매출은 지리적 위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명동 인근에 신세계백화점과 붙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 덕수궁 등과 인접해 지리적으로도 유리하다. 롯데면세점 역시 명동에 백화점과 함께 있다. 개별관광객 증가 추세 속 앞으로도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신라면세점의 경우 유명 관광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장충동에 위치해 단체관광객이나 따로 찾는 VIP가 아닌 개별관광객이 찾아가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MD개편 개별관광객 공략에 공을 들였다. 일례로 지난해 9월에는 방탄소년단의 공식 상품 스토어 'SPACE OF BTS'를 명동 본점에 오픈했다. 11월에는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협업해 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세계면세점에 따르면 K-팝과 K-뷰티 및 팝업스토어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았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동남아 관광객은 K-뷰티에 관심이 많고, 중국 관광객은 럭셔리 패션이나 주얼리를 많이 사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본점 매출과 적극적인 MD 개편 등이 매출 2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세계 10대 항공사인 '캐세이'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사와 제휴해 개별관광객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지난달부터 캐세이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면세 혜택을 마련한 만큼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호텔신라와 HDC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 매출(5352억원)을 합칠 경우 신라는 여전히 2위다. 호텔신라는 HDC신라면세점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신세계면세점은 해외 매장이 없는 반면 신라면세점은 홍콩·마카오·싱가포르에 각각 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전체 매출에서는 신라면세점이 앞선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17년 동안 운영하던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방을 빼면서 순위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굳건한 1위를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롯데면세점 매출액은 7040억원이었던 반면 신라면세점은 8451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해 시내면세점에 더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매장 수도 7개(명동본점, 월드타워점, 부산점, 제주점,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로 가장 많이 보유한 데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내외국인에게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국내에 3개 점포(명동본점, 부산점, 인천공항)를, 신라면세점은 4개 점포(서울본점, 제주점, 김포공항, 인천공항)를 운영 중이다. 이중 신라면세점의 김포공항점은 다음 달 문을 닫으며 3개로 줄어든다. 이달 초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에 밀려 패하면서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 공항 면세점의 신규 입찰 기회는 없을 전망이다.
이애 따라 올해도 신세계와 신라 간 매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사는 지난해 4월 인천공항 입찰에 성공하며 현재 나란히 영업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신라면세점 모두 향수·화장품·주류·담배,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판매해 영역이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면세 시장이 보따리상 위주로 매출이 일어나는데 보따리상은 할인을 많이 해주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어 프로모션 여부에 따라 매출이 갈리기에 순위에 의미 부여는 크게 하지 않는다"며 "올해는 신라와 신세계가 인천공항에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