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면 쓴 미국인"이라며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해 쫓아내야 한다"라고 비하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18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양 후보는 지난 2007년 2월 15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자격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노보'(제432호)에 "매국노는 매국노라고 불러야 한다"라는 제하의 칼럼을 썼다. 한미 FTA를 추진한 노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불리한 협상을 미국과 벌이고 있다는 비판한 글이다.
양 후보가 특히 '스크린쿼터제'(screen quota)를 문제 삼았다. 2007년 당시 미국과의 FTA 7차 협상을 진행 중이던 노무현 정부는 '의무상영 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영화계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지만, 스크린쿼터 축소는 미국이 내세운 '4대 선결조건' 중 하나였던 탓에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 영화 시장이 미국의 값싼 물량공세에 의해 장악되면 결국 한국영화를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규제는 아날로그(극장에 가서 영화를 관람) 시절 통용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세계적 규제 모델임에도 미국은 스크린쿼터를 반쯤 깨버렸고, '한국의 매국노'들이 내응(內應·내부에서 몰래 적과 통함)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렵게 80년 대학문화로부터 각성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제 '귤이 회수를 건너더니 탱자가 되었네'하고 평가할 만한 대중적 기반을 겨우 만들었더니, 노무현·김종훈·김현종·한덕수와 같은 '가면 쓴 미국인'들에 의해 또다시 쩍쩍 금이 가고 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비난했다.
양 후보는 '가면 쓴 미국인'이라고 지칭한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해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스페인 국빈방문을,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7차 협상을 위해 미국 방문 중이었다.
양 후보는 이들을 향해 "매국노는 매국노라고 불러야 하며, '가면 쓴 미국인'이 한국인 행세하는 것을 폭로하고 그들이 더 이상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해 쫓아내야 한다. 다행히 앞서 언급한 '미국인'들이 모두 스페인과 미국에 나가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우리에게 '죽을래? 살래?'라며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더 이상 그들과 한국 땅을 같이 밟고 살고 싶지 않음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또 칼럼에서 "한미 FTA 협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분명코 '매국노가 맞다'는 확신이 선다"며 "그들은 반대하는 쪽을 향해 쇄국론을 펼치며 수구로 몰아가지만 백번 양보하고 또 양보해서 '쇄국론자'라고 치자, 하지만 적어도 쇄국론자들이 나라를 팔아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쇄국론 이후 나라를 팔아먹는다"라고 적었다.
그는 2007년 2월 11일(현지시간) FTA 7차 협상에서 양측이 19개 협상 분과 가운데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첫 타결이 이뤄진 것을 언급, "전자상거래 분과의 합의 내용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서울은 '귀머거리'만 있는데 선천적이거나 사고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닌, '매국노'들이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거리면서 국민을 보도 듣고 못 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 후보는 노무현 정부가 소위 '밀실 협상'을 했다고 주장하며 을사늑약 강제 체결에 찬성한 '을사오적' 친일파 이완용을 언급했다. 그는 "이완용은 1909년 일본으로 건너가 비밀리의 매국에 대한 기본 밑그림을 합의하고 돌아왔고, 국권을 싸다 받쳤으면서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노무현 정부를 향해 "아마도 이 점(협상 결과 비공개)만 다를 뿐, 지금 현 정권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한일병탄의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하는 '한일늑장' 과정과 이리도 닮아 있을까"라고 했다.
양 후보는 지난 16일 노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비유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당시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대연정 등에 대한 반대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서, 칼럼니스트로서 깊은 고민 없이 드러냈지만, 8년 전 민주당 입당으로 정치 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민주당 일부에서도 양 후보 공천 심사 단계에서 문제가 있었던 만큼 '공천 철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공관위 내에서도 공관위원들이 상당 부분 문제 제기를 했는데, 공관위 차원에서 정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며 양 후보의 '선당후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공천 철회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 하남시 현장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두둔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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