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의힘 공천이 6일 컷오프(공천배제) 대상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반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천 막판에 한동훈표 '시스템 공천'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전날(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 달서갑에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를, 서울 강남병에 영입인재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공천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 강남갑, 을 △대구 동구군위군갑, 북구갑 △울산 남구갑 5곳에 '국민추천제'를 결정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인 홍석준(달서갑)·유경준(강남병)·양금희(북구갑)·류성걸(동구군위갑)·이채익(남구갑) 의원은 컷오프 위기다.
홍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변호사의 달서갑 공천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자신과 유 변호사의 경선을 요구하며 "(공관위의) '시스템 공천' 대원칙이 깨졌다. 유영하 단수공천은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 역시 이날 강남병 공천에 이의신청을 냈다. 그는 자신이 2위 후보(여론조사)보다 경쟁력이 2배 높다며 단수공천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공관위는 이후 입장을 내고 "공관위 경쟁력 조사에서 1위 후보(유 의원)가 49.6%, 2위 후보 41.3%로 나타났다"며 단수공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이 의원은 전날 저녁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여당 '총선 1호 탈당' 사례를 남겼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당이 저를 버렸다. 절대 좌절하지 않겠다"며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 복귀하겠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해 공관위와 면담했다. 다만 반발이나 구체적인 거취는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친윤(친윤석열)·현역 불패' 공천에 이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인사 등 '올드보이(OB) 공천'이 계속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으로 알려진 도태우 변호사도 최근 대구 중남구에 공천됐으며, MB정부 출신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은 충북 청주 서원구에 공천됐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잇따른 공천 잡음에 '시스템에 따른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유 변호사는) 데이터를 보면 점수 차이가 많이 난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을 배려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 공천을 늦게 발표했다"며 달서갑 공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국민추천제'와 관련해서는 "서초와 강남은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는 지역구로 운영될 것"이라며 유경준 의원의 경우 '지역구 재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 공천을 민주당과 비교하며 '조용하지만 감동 있는 공천'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전날에는 이명수, 홍문표 의원 등 불출마 의원들이 유세에 동참하는 점을 언급하며 "저희는 시스템으로 해결하고 탈락자들도 원팀으로 뛰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추천제 등 '막판 공천'이 당내 불안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결국 박근혜·이명박계 인사들의 공천 배정도 한동훈 위원장과 친윤계의 당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국민추천제' 역시 친윤 인사들의 정계 입문 통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며 "남은 강남, 영남 공천 결과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반발은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창환 시사평론가도 이날 통화에서 "막판에 갑자기 도입한 '국민추천제' 등이 현역의원, 후보자들의 불만만 가속화시키고 국민에게도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역 의원의 추가 반발, 탈당과 관련해서는 "파열음이 다소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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