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 경쟁이 법적 공방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4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비리 논란에도 방위사업청이 입찰 자격을 유지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아울러 오는 5일에는 서울 중구 한화빌딩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고발장을 통해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군사 기밀을 수집·유출한 행위를 지시하거나 해당 행위에 관여한 임원을 수사하고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2015년 해군 본부와 방사청 등을 방문해 KDDX 개념 설계 보고서 등 군사 기밀을 불법 취득하고 이를 비밀 서버에 저장했을 뿐 아니라 내부에 공유하며 입찰을 위한 사업 제안서 작성 등에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따라 군사 기밀 보호법 위반으로 2022년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관련,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7일 계약 심의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를 심의했다. 하지만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인 사실(형사 처벌)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을 내릴 수 없다"며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을 유지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당제재를 면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의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마저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소 한도의 법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방위산업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란다"며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 행위를 저지른 HD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 경찰 고발과 내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는 따로 밝힐 입장이나 의견은 없는 상황"며 "내일 한화오션의 기자회견 내용이 발표되면 면밀히 검토한 후 대응방안이나 입장이 결정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KDDX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6000톤급의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만드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개념 설계를 시작으로 기본설계, 상세 설계·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현재까지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 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1.8점의 보안 감점은 내년 11월까지 적용된다. 한화오션의 고발과 향후 판결로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자격 유지 결정이 뒤집힐 경우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5년 동안 KDDX를 포함한 신규 해군 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
/양호연 기자(h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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