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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 아파트 좋다더니"…실제론 외면받는 까닭 [솜소미 부동산]


"분양가 급등하며 단기 부담 커지고 시세 차익은 기대하기 어려워"
"구축 아파트로 수요 돌아설 가능성"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안다솜 기자가 딱딱한 주제의 부동산 관련 뉴스의 이면을 솜소미(촘촘히)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후분양 아파트가 장점이 많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좀 이해가 안돼요. 일반인 눈으로 제아무리 잘 살펴본다고 해도 어디가 부실한지 아닌지 모를뿐더러, 분양가도 높은데 납부 일정만 빠듯해지잖아요. 무턱대고 청약을 넣기엔 잔금을 제때 마련하기 힘드니 부담스럽고 불안하네요."

'트리우스 광명'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보고 있다. [사진=안다솜 기자]

지난해 신축 아파트에 대한 '부실공사' 우려가 커지면서 일반적인 형태인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자기자본 투입 비율을 늘려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한 뒤, 분양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청약 시장에선 오히려 후분양 단지가 외면받고 있다고 하네요. 무슨 이유인지 궁금해 여러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후분양 단지의 경우 건축공정률이 보통 60~80% 이상인 상황에서 분양 절차를 진행해 선분양제보다 납부 일정이 빠듯한 편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분양가 상승세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수요자들은 후분양으로 인해 되레 고민된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우선 전체 분양 단지 대비 후분양 단지 비중을 한 번 볼까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건설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분양물량은 19만2425가구로 집계됐는데요. 이 중 16.2%가 후분양 물량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전체 분양 물량 대비 후분양 물량의 비율이 8.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건산연은 현재 후분양을 택하는 이유는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후분양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에서 제외돼 고분양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으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택지비, 건축비 등에서 유리하다는 기대감에 선택 비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또, 일각에선 2022년 이후 발생한 부실시공 문제 때문에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후분양 비율이 늘었다고 분석했으나 선분양과 후분양 간 시점 차이를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하네요.

그렇다면 후분양 단지들의 청약 경쟁률은 어땠을까요.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분양한 '메이플 자이'(평균 경쟁률 442대 1)를 제외하고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습니다.

서울 강남구 자이갤러리에서 '메이플자이'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지난해 9월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평균 1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입지와 분양가 대비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계약 포기 물량이 속출했습니다. 경기 광명시 광명2R구역 '트리우스 광명'도 지난해 10월 후분양으로 분양에 나섰지만 517가구 모집에 2841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5.5대 1에 그쳤습니다. 이전에 분양했던 광명 지역 단지들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데요. 결국 미분양 물량이 발생해, 다음주 임의공급(2차)에 나섭니다.

경기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신곡6지구 A3BL에서 공급하는 '고촌센트럴자이'도 후분양으로 진행했는데 전용 84㎡ 기준 최고분양가가 7억5840만원으로 시세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청약에서 1048가구 모집에 2272명 신청에 그쳤으며 미계약분에 대해 선착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지방의 후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더 처참합니다. 최근 분양한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오는 6월 입주를 앞뒀는데요. 이달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239가구 모집에 19명이 접수하는 데 그쳐 평균 경쟁률 0.07대 1을 기록했습니다. 단지의 최고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7억3900만원에 달하며 인근 시세 대비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는 한동안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으로 후분양 단지의 외면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후분양 목적에 따라서 봤을 때 강남 지역처럼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늦추는 경우가 있고 경기 악화로 후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단지들이 있어서 이 둘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지금은 강남 빼고는 후분양 단지가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분양가 자체가 통상 2~3년 후 입주하는 시점의 시세에 대한 기대로 책정되는데 후분양 단지는 입주시기도 빠른데 시세 대비 가격도 높은 상황이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신축 아파트 분양은 추후 시세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야 지금 분양가가 비싸도 수요자들이 수용할 수 있다. 후분양은 입주까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지금 분양가와 인근 시세의 비교 시점이 똑같다고 봐야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수요자들 사이에선 시세보다 높은 분양가를 부담하면서까지 후분양 단지에 입주해야 할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고 오히려 인근 구축 아파트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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