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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이커머스] 외국계 '습격'에 토종 플랫폼 '초비상'


中 알리·테무 이용자 빠르게 증가…카테고리 확장에도 적극적
네이버·쿠팡 이용 많지만 '티메파크' 해외 직구 증가하며 위협
외산 플랫폼 확장에 정부도 대응책 마련 나서

[편집자주] 코로나19를 계기로 이용자가 급증한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들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27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넘어서 과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무한 경쟁 속에 무한 변신하는 이커머스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여다 본다.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공짜로 서너가지 제품을 준다기에 중국 이커머스 앱을 깔았어요. 1만원 정도 들여서 7개 제품을 받아봤는데,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같은 제품이 얼마나 하는지 비교해보려고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플랫폼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을 필두로 외국계 이커머스 기업들이 소비자 공략에 '올인'하는 양상을 보이면서다. SNS나 옥외광고판 등을 통한 인지도 넓히기 전략이 광범위하게 펼쳐지며 네이버와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강자들도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종각역에 알리익스프레스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종각역에 알리익스프레스 광고가 붙어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는 영향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초기에는 중국산 저가 공산품으로 가격경쟁력을 강조했다면 한국 기업과 협업해 한국 제품을 늘린 데 이어 최근에는 식품으로의 확장 계획도 밝혔다. 또한 익일배송을 위해 국내 물류센터 건립도 고려 중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초반에는 중국 플랫폼의 공세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지만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긴장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를 빼앗기는 것뿐만 아니라 그간 쌓아온 판매자 경쟁력마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판매자들이 혜택이 더 좋은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판매자에게는 입점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알리익스프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자회사인 테무도 증가 폭 2위에 올랐다. 지난달 기준 양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0만명이 넘는다.

이커머스 로고. [사진=각 사]
이커머스 로고. [사진=각 사]

2022년 티몬에 이어 지난해 인터파크쇼핑과 위메프까지 차례로 인수한 큐텐의 기세도 무섭다. 3사 모두 큐텐에 인수된 이후 해외직구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티몬의 지난달 해외직구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연속으로 증가 중이다.

위메프도 같은 기간 해외 직구 거래액이 전월 대비 107% 늘었고, 이용 고객수는 55% 증가했다. 최근에는 3사의 가전·디지털 조직 통합한 '통합디지털사업본부'가 신설되는 등 플랫폼 바잉 파워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큐텐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글로벌 서비스 '위시'도 인수했다. 위시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 플랫폼으로 현재 전 세계 200여개국의 소비자들에게 33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8000만개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며 매월 1000만명 이상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주로 중국산 생활용품을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는데 전체 거래액의 약 80%는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다.

큐텐은 위시 인수를 통해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으로 한 걸음 더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위시는 2021년 기업가치가 40조원에 육박하며 아마존 대항마로 불리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이용자 수와 매출이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사업 지역이 기존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으로 넓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큐텐은 위시 인수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더욱 다앙햔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위시가 중국산 생활용품을 초저가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미와 유럽 판매자 역시 확보하고 있어서 국내에서 만나지 못한 제품의 구매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큐텐 관계자는 "국내 판매자들이 북미나 유럽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아마존이나 이베이를 이용해야 했는데 위시를 통해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판매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이다"라고 밝혔다.

해외 플랫폼의 공세에 네이버, 쿠팡을 비롯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 유통이 활발해지면 중국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던 소상공인들의 경쟁력도 자연스레 떨어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을 국내 이커머스는 1만원 중반대에 판매한다면 알리익스프레스는 2000~3000원대에 판매하는 수준이다. 자체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국산 공산품을 판매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B2B 거래 플랫폼인 1688도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1688닷컴은 한국어 메뉴, 검색기능, 국내 결제 연동뿐 아니라 최저가 수준의 배송비 및 수수료를 공언하고 있어 국내 판매자들이 대거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역시 중국 플랫폼의 기세가 강해지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쿠팡과 11번가, G마켓, SSG닷컴 등의 관계자를 불러 국내 온라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흥행에 이어 큐텐도 위시를 인수하며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채널 성격이 다른 플랫폼들은 걱정이 덜하겠지만 중국산 제품을 들여오는 판매자들이 많은 플랫폼에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소비자들은 초저가 제품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데 알리와 테무를 보면 품질이 약간 아쉬운 정도지 디자인이나 품질은 상당히 괜찮은 반면 가격은 엄청 저렴하다"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간 생산 구조와 인건비 등에서 차이는 물론 있지만 그동안 국내 판매자들이 중국산 제품으로 안이하게 버티다가 알리 같은 커다란 파도를 파도를 만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품 쪽은 아무래도 국내 플랫폼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중국이 위생문제 같은 걸 해결한다면 한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렇게 된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지금보다 더욱 거친 도전을 마주하게 될 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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