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9개월 만에 나온 청약에서 다시 한번 흥행에 실패했다. 주택 분양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는 가운데 청약 계획이 연기된 단지가 차례로 분양을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의 청약 접수 규모에 한자릿수에 그쳤다. 특별공급에서 114가구 모집에 1건이 접수됐고 14~15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는 239가구 모집에 19건만 접수돼 평균 청약 경쟁률 0.07대 1을 기록했다.
'반고개역 푸르지오'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3개동에 전용면적 84·157㎡의 총 240가구 규모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아파트지만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청약 실패 요인 중 하나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단지의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7억3900만원 수준으로 인근 단지보다 높게 책정됐다. 2022년 3월 입주한 남산동 남산자이하늘채의 경우 같은 평형이 이달 3일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또한 지난해 2월 입주한 만산동 청라힐스자이는 이달 6일 5억6700만원에 매매돼 '반고개역 푸르지오'보다 낮았다.
다만 미분양이 쌓인 대구에서 진행한 청약인 만큼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지는 지난해 5월 대구 달성군 '대실역 블루핀34' 이후 9개월 만에 나온 대구 청약이다. '대실역 블루핀34'는 34가구 모집에 10건만 접수돼 미분양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까지도 일부 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미분양이 1만245가구로 전국 미분양 물량 6만2489가구의 약 17%가 몰려 있다. 준공후 미분양 또한 1044가구로 전월(1016가구) 대비 38가구 늘어 전국의 10%를 차지했다.
문제는 대구 내 단지가 지난 수년간 청약 일정이 미루고 있는 단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에서 분양한 가구수는 941가구로 연초 계획된 1만5435가구의 6%만 분양됐다. 올해는 5795가구가 분양 예정으로 조합원 수요가 있는 재개발·재건축은 2738가구, 분양 물량은 3057가구다.
이미 청약을 포기하고 임대를 추진한 단지도 있다. '사월 삼정그린코아티'는 2021년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5월 준공 이후까지 청약 일정을 잡지 못해 10년 장기일반민간임대로 전환했다.
준공을 앞두고 분양을 진행하는 후분양제 아파트도 증가했다. 대구시가 지난해 주거시장 안정을 위해 사업주체에게 분양 시기를 조절하거나 후분양을 권유한 탓이다.
대구 기반 부동산 분양업체 애드메이저가 발표한 '대구·경북 주택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에서 후분양 준공 예정 단지는 올해 2551가구 내년은 2143가구다. △달서구 푸르지오 센터파크(990가구) △수성구 범어 아이파크 1차(448가구) △더파크 수성못(가칭, 123가구) 등이 올해 준공을 앞둔 후분양 예정 단지로 알려졌다.
미분양 해소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청약을 미룬 후분양 단지의 준공 시기가 다가오면서 업계에서도 고민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지를 분양하는 입장에서는 흥행에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손해를 볼 수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이 청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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