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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시장, 범용에서 맞춤형 시대 활짝


AI 시대 본격화하며 고객 요구 다변화 추세…HBM 수요 급증
업황 사이클 영향 적고,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 확보 가능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오랜 침체기를 겪었던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래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고객 맞춤형'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며 고객사들이 저마다 원하는 성능에 맞는 최적의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대규모로 생산해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 범용 제품과 달리 맞춤형 제품은 수주에 기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한 직원. [사진=삼성전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며 메모리 시장에서 커스텀(고객 맞춤형) 반도체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AI 시스템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성능과 용량, 특화 기능 등 고객이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용량을 늘리고 처리 속도를 높인 반도체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산업의 필수재로 꼽힌다.

AI 기술 확산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면서 HBM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HBM의 평균판매단가는 기존 DDR4 D램과 비교해 500%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현재 HBM에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몇 배에 달하는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HBM의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욜그룹은 올해 전 세계 HBM 매출이 140억 달러로, 지난해 55억 달러보다 15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9년에는 3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제조사가 특정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는 형태로, 생산한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였다. 최근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던 가장 큰 배경으로 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누적이 꼽힌다.

시장의 수요가 많을 것에 대비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거 생산설비 투자 이후 반도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줄자 쌓인 재고 물량으로 메모리 가격은 하락하고, 반도체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감산 체제를 유지하며 재고 소진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대신 HBM 등 맞춤형 제품을 중심으로 다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맞춤형 제품은 수주에 기반하기 때문에 재고가 쌓일 우려가 없고, 안정적인 제품 가격과 높은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물량을 전년 대비 2.5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기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 성장과 함께 고객 맞춤형 HBM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표준 제품뿐 아니라 로직 칩을 추가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며 "현재 주요 고객사와 세부 스펙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스템 반도체와 협업이 중요한 커스텀 HBM 시장에서 파운드리, 시스템LSI, 어드밴스드(첨단) 패키징팀과 시너지를 내 경쟁력 있게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2월 '메모리 상품기획실'도 신설했다. 메모리 상품기획실은 제품 기획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전 영역을 담당하고, 고객 기술 대응 부서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동향 분석, 상품 기획, 표준화, 사업화, 기술 지원 등 모든 기능을 흡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별화된 고객 요구에 적극 대응하고, 메모리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 맞춤형 메모리 플랫폼(Custom Memory Platform)'을 추진 중이다. AI 메모리 기술력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각 고객사의 요구와 최적으로 융합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각 고객사에 특화된 AI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CES 2024' 현장에서 "기존 AI 메모리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왔지만, AI 시스템의 발전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며 고객이 요구하는 메모리 성능은 갈수록 다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고객에게는 용량과 전력 효율이 중요할 수 있고, 또 다른 고객은 대역폭과 정보처리 기능을 선호할 수 있다"며 "차세대 플랫폼을 통해 회사는 기존의 방식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선보이고, 각 고객사에 특화된 최적의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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