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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그렇게 많은데"…'K위스키'가 없는 세 가지 이유


국산 위스키 발목 잡는 주세법…제품화 난이도·비우호적 기후도 문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입량 기록…전년 대비 13% 증가한 3만톤 규모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수입량을 기록하는 등 국내 위스키 인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스키 불모지'로 불린다. 국내에서 직접 증류 및 숙성해 제조한 'K위스키'를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주요 식품 대기업조차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해 몇몇 영세기업들이 이제 막 첫발을 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국내 주세법과, 단기 수익 창출이 어려운 위스키의 특성, 그리고 '에인절스 셰어(angel’s share)'가 많은 기후 등이 K위스키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위스키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위스키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톤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위스키 수입량이 3만톤 이상으로 집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같은 기간 위스키 수출량은 193톤에 불과하다. 무역적자는 2억5758만 달러에 달한다. 팔린 193톤마저도 국내에서 생산된 위스키가 아니라,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병입해 판매한 것이다. 수출에 나설 정도로 위스키 브랜드가 전무한 탓이다. 최근 몇 년 작은 규모의 업체에서 만든 국산 위스키 브랜드들이 마니아 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마저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말 위스키 사업 전담 조직을 해체하며 관련 사업을 잠정 중단했고, 위스키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롯데칠성음료도 증류소 부지 선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쉽사리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건, 생산을 까다롭게 하는 각종 요소들의 영향이 크다. 가장 큰 문제가 국내 주세법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8년부터 위스키나 소주 같은 증류주에 출고가가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국내 위스키의 경우 병입과 동시에 72%의 세금이 붙는다. 단순 계산으로 제조 원가가 1만원이면 7500원, 10만원이면 7만5000원이 세금으로 더해진다. 양질의 원재료를 사용해 공을 들여 만들수록 판매가가 폭등하는 구조다. 정통과 이름값이 있는 해외 브랜드와 '가성비'로도 경쟁할 수 없는 셈이다.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 등 5개국을 빼고 나머지는 술의 도수와 양에 따라 세금을 메기는 '종량세'를 시행하고 있다.

투자 대비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 위스키의 특성도 발목을 잡는다. 위스키는 다른 주류 대비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오크통부터 시작해 고가의 증류기, 이 모든 걸 수용할 증류시설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 특성상 숙성 기간이 필수적이기에 제품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유독 고연산 위스키를 높게 평가하는 국내 시장에선, 많게는 수십년 이상이 지나서야 빛을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스키 열풍이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뚝심 있는 투자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후가 위스키 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스키 종주국인 영국보다 연중 평균 기온이 높고, 연교차까지 심해 에인절스 셰어가 많이 발생하는 탓이다. 에인절스 셰어는 위스키가 숙성하는 과정에서 증발하는 현상을 뜻하는데, 사라진 술이 '천사들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를 담아 붙인 이름이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에서 1년 1~2% 증발하는 위스키가, 우리나라에서 숙성하면 5~10%까지 날아간다. 물론 기간 대비 숙성이 빨리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연산 위스키 제품 생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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