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9월6일- 1경기 9개 포지션 섭렵


 

야구는 분업의 스포츠다. 투수는 공만 던지고, 포수는 받기만 한다. 지명타자는 하루 종일 벤치에 앉아 있다가 3∼4번 타석에 설 뿐이다. 한 경기에서 9개 포지션을 모두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밀어주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스캇 셸던은 축복받은 선수다.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고도 내·외야를 모두 섭렵한 행운아이기 때문이다. 2000년 9월6일 코미스키파크. 셸던은 4회말 빌 해슬맨 대신 포수 마스크를 썼다.

4회 수비를 무사히 막은 그는 5회에는 1루수 미트로 바꿔 끼고 등장했다. 6회에는 2루수와 유격수, 7회 우익수와 중견수로 나서더니 8회에는 좌익수 수비를 맡은 뒤 1사후 텍사스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제프 리퍼를 삼진처리하며 기염을 토한 그는 다음 맥케이 크리스텐슨 타석 때 3루로 이동하며 '한 경기 9개 포지션 섭렵'이란 좀처럼 보기 드문 진기록을 세웠다.

텍사스는 1-13으로 대패했지만 셸던은 경기 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65년 버트 캄파네리스(캔자스시티), 68년 세자르 토바(미네소타)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3번째로 한 경기 9개 포지션 등장 선수로 빅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날 셸던의 기록은 2타수 1안타에 0.1이닝 무안타 무실점. 공수와 투타를 넘나들며 맹활약한 결과다. 셸던의 진기록 수립 뒤에는 팀 마운드의 초반 붕괴가 결정적 도움을 줬다.

텍사스 선발 릭 헬링이 0.2이닝 5안타 7실점, 1회부터 구원한 브라이언 시코스키역시 4.1이닝 4안타 5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이 때문에 텍사스는 3회까지 1-10으로 크게 뒤졌고, 자니 오츠 감독은 이날 경기를 '버린 게임'으로 치부했고 덕분에 셸던의 대기록이 세워질 수 있었다. 셸던이 그해 스프링캠프 당시 트리플A 오클라호마전에서 9개포지션에 모두 나선 전력도 오츠 감독의 '실험'에 영감으로 작용했다.

셸던이 깜짝스타로 등장하자 디트로이트의 셰인 핼터 역시 이에 질세라 같은해 10월1일 전포지션에 등장하면서 불과 한 달만에 셸던의 뒤를 이었다. 셸던과 핼터의 공통점은 빅리그 주전감이 아니며 내·외야 모두를 섭렵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재다능함이 결코 이들의 입지를 보장하는 건 아니었다. 셸던은 2001년, 핼터는 2004년을 마지막으로 모두 빅리그에서 사라졌다.

김형태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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