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라면 시장에서 오뚜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위 농심의 위상이 공고한 가운데, 3위 삼양식품의 추격이 매섭다. 해외 실적을 포함하면 사실상 2위 자리를 넘겨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부족한 라면 라인업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개 이상의 메가 브랜드가 실적을 견인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오뚜기 라면 사업은 사실상 진라면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라면 소매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오뚜기 브랜드는 진라면이 유일하다. 해당 기간 진라면의 매출은 △2020년 2380억원 △2021년 2010억원 △2022년 2097억원 △2023년 2092억원으로 2022년까지 부동의 1위 신라면의 뒤를 이어 점유율 2위 자리를 지켜오다 지난해 농심 짜파게티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오뚜기와 함께 라면업계 '빅4'로 불리는 경쟁사인 농심, 삼양식품, 팔도는 매출 10위권 안에 2개 이상의 브랜드를 포진시켜 놨다. 우선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이 매출 10위권 안을 지키고 있다. 해외 시장 인기로 삼양식품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불닭은 국내에서도 선호도가 뚜렷하다. 불닭은 2020년까진 신라면, 진라면, 짜파게티, 너구리에 밀려 5위였지만 이후 너구리를 제치고 4위 자리 붙박이다. 삼양라면 역시 매년 매출 순위 8~9위권을 사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팔도도 팔도비빔면과 왕뚜껑이 '쌍끌이' 역할을 한다. 두 제품 모두 8~10위권을 오가며 꾸준한 선호도를 자랑한다. 업계 1위 농심은 부동의 1위 브랜드 신라면을 포함해 짜파게티, 육개장, 안성탕면, 너구리 등 5개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부터 3위권을 사수하던 짜파게티는 지난해 진라면을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진라면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업계에서는 입을 모아 오뚜기의 부족한 라면 포트폴리오를 약점으로 지적한다. 업계 2위 자리를 노리는 삼양식품의 최근 성장세가 불닭의 히트로 메가 브랜드를 2개로 늘린 덕인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1조192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반면 오뚜기는 지난 2022년 면제품류에서 88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725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총 매출이 삼양식품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삼양식품은 매출 70%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기에 오뚜기의 국내 시장 2위 자리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라면 업체들의 해외 사업 비중이 날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위 자리를 넘겨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대표 제품의 부재는 오뚜기의 '아픈 손가락' 해외 사업의 약점으로도 지목된다. 진라면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고, 진라면마저 해외 인지도는 경쟁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그 영향으로 오뚜기의 해외 사업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반면 경쟁사인 농심은 해외 비중이 30%가 넘고, 삼양식품은 70%에 육박한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제품을 미리 접해볼 기회가 많지만, 초창기에는 현지 한인들이 라면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이었다. 자연히 기존 국내에서 인기있던 브랜드들이 잘 팔렸고, 이것이 외국인 소비자들에게 전파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내에서 브랜드력이 강한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 안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오뚜기의 사업 구조가 새로운 '믿을맨'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 비중이 절대적인 경쟁사와 달리 종합식품기업인 오뚜기의 라면 사업 비중은 3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 기업으로 자주 묶이긴 하지만 카레, 3분 요리, 소스류 등 다루는 품목이 많다. 히트상품이 많으면 좋은 건 알겠으나, 경쟁사들처럼 라면 사업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