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이 불길에 휩싸였다. 방화로 인한 화재였다.
화재는 주변 도로를 지나던 택시 기사가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32대와 소방관 128명을 현장에 출동시켜 진화 작업을 벌였으나, 11일 오전 0시 25분쯤 2층 누각 전체가 불에 휩싸이고 화재 4시간 만인 오전 0시 58분쯤 2층 전체가 무너졌다.
2층이 붕괴되면서 1층으로도 불이 옮겨 붙었고, 결국 누각을 받치고 있는 석축 부분만 남긴 채 사실상 전소했다. 5시간 이상 지속된 이 화재로 2층 문루의 90%, 1층 문루의 10%가 소실됐다.
방화범은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던 70대 채종기 씨로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신축 아파트 건축 부지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받게 된 토지 보상액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벌였다.
채 씨는 가연성이 강한 시너를 방화 도구로 준비해, 사전에 여러 차례 숭례문 일대를 답사하며 침입 방법을 궁리했다. 이후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0분 사다리를 타고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가 시너를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채 씨는 범행 하루 뒤인 2008년 2월 11일 인천 강화군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며,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8년 4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채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숭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문화재로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고 국보 1호로 지정돼 우리 국민은 높은 민족적 자긍심을 간직해왔다"며 "국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운 큰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 3개월 뒤인 2008년 7월 31일 서울고법 형사9부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은 채 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채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나라 문화재에 방화해 훼손했다는 사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피고인 행위로 인해 소실된 숭례문은 사실상 예전상태로 복원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 변경 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채 씨는 숭례문 방화 전에도 문화재 훼손을 시도한 이력이 있었다. 그는 창경궁 문정전을 방화하려 한 혐의로 2006년 7월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가 숭례문 방화를 저지른 것은 집행유예 기간 도중이었다.
이 판결은 2008년 10월 9일 대법원 2부에서 그대로 확정됐고, 채 씨는 지난 2018년 10년 복역을 마쳤다.
한편, 숭례문은 5년 3개월의 복원 작업 끝에 2013년 5월 시민들에게 다시 개방됐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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