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이동 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이 시행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보조금 상한선이 사라지면 이통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입자당평균매출(APRU)이 이전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통신 업계의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2일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 토론회를 열고 통신사, 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국민들이 저렴하게 단말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말기 유통법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4년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모두가 부당한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 1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정부는 "이통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의 보다 저렴한 단말기 유통 구입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구성돼 스마트폰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어 단말 구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보조금 경쟁을 유도해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해 온라인 시장 활성화, 통신 사업자의 신사업 진출 등 업황이 바꿔 과거처럼 과열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의 가장 큰 역할은 지원금을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해 지원금 편차를 줄인다는 것인데 이미 지원금 상한선은 2017년 폐지됐다"면서 "실질적인 효력은 이미 사라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원금 상한선이 폐지됐을 때에도 지원금 경쟁이 과열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과열 경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신사업에 진출하며 수익모델을 확대하고 있어 이통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10년 전과 달리 플래그십 단말 가격이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단말 값만 2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예전의 '0원폰', '버스폰' 같은 것들이 등장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입자당평균매출(APRU)를 따질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CAPEX(설비 투자)나 마케팅 비용"이라면서 "보조금 추가 지급으로 마케팅비가 늘어나면 풍선효과(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나타나는 상황)로 장기적인 투자가 힘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도 시장 흐름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통법 신설 이전처럼 경쟁이 심화할 여지는 여전히 있지만 이통사업자들의 APRU가 10년 전 대비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경쟁을 벌일 만큼의 재무 능력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 돌입하면 업계 전체가 손실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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