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글로벌 기술 경쟁의 최선전"…'AI 폰' 탄생시킨 美 삼성 리서치 가보니

[새너제이=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18일(현지시간) 차로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혁신적 탁월함의 토대가 되자'는 모토가 눈을 잡아끈다.

'SRA'는 삼성전자의 해외 연구개발(R&D)의 심장이다. 앞서 1988년 미국에서 첫 발을 내딘 이래 여러 선행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구글, 인텔, HP 등 굴지의 기업들이 모인 실리콘밸리의 마운틴뷰로 자리를 옮겨 적진 한복판인 최전선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리콘밸리 저층 건물들 속에서 삼성 간판을 내건 한 캠퍼스에 들어섰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는 강아지 로봇이 가장 먼저 반긴다.

이 강아지 로봇의 정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이곳 직원들은 패트롤퍼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 로봇의 임무는 부지 면적 약 3만5815m²(1만834평)의 SRA 캠퍼스 일대를 순찰하며 위급상황을 감지하고 알리는 것.

로봇은 별도의 도움 없이 주변 사람과 사물을 인식해 막힘없이 캠퍼스 일대를 이동했다. 실제 기자가 직접 강아지 로봇 앞을 막아서자 자연스럽게 피하고 우회해서 걸어갔다. 또 주변을 모두 둘러본 이후에는 충전소까지 알아서 찾아가 스스로 배터리 충전을 했다.

입구부터 최신 기술을 체감케 하는 것과는 달리 캠퍼스 중심부에선 직원들이 자신의 반려견을 데려와 산책하는 자연 친화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산책을 마친 뒤 반려견과 같이 연구소 건물로 들어가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SRA 관계자는 "반려견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미국의 문화를 고려해 함께 출근하고, 근무 중에도 옆에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주변 다른 캠퍼스에선 안 되는데 삼성만 가능하다보니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수한 직원 복지 정책은 식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SRA 관계자는 "혼자 생활하는 직원이 많아 아침을 회사에서 해결하고 저녁을 포장해 가는 일이 많다"며 "700명의 직원 중 우리나라 직원의 비중은 10% 정도인데,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많아 늘 김치 등 한국 음식이 비치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헬스 및 메디컬,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가전 등을 포괄하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선행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외 14개국에 15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2000년대 초반까지 PC, 모니터, HDD 등 하드웨어 연구에 주력해왔다. 이후 카메라, 디지털 헬스,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음성 비서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AI, 6G, 로봇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SRA 산하에 'SRA AI센터'를 설립해 실리콘밸리의 AI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멀티디바이스 연결성을 강화하고 사용자 경험을 높이기 위해 개개인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선행 AI 기술을 지속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노원일 SRA 연구소장(부사장)은 "저희의 많은 선행연구를 통해 이번 '갤럭시 언팩'에서 가장 중요한 AI, 온디바이스 AI, 카메라, 디지털헬스 등 기술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이어 "기술 혁신 산실인 실리콘밸리 중심에서 삼성전자의 미래 모바일 성장 동력을 구상하고 이를 위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