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8월31일-9이닝 최다 탈삼진


 

1959년 8월31일 LA 다저스의 좌완 샌디 쿠팩스는 메모리얼 콜리세움에 모인 8만2천974명의 관중 앞에서 화려한 탈삼진쇼를 펼쳤다. '숙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라이벌전에 등판한 그는 1회부터 9회까지 끊임없이 상대타자를 돌려세웠다.

경기는 다저스의 5-2 승리로 끝났지만 다음날 모든 화제의 중심은 단연 쿠팩스의 삼진수였다. 밥 펠러의 단일 경기 최다 탈삼진수(9이닝 기준)와 같은 18개를 잡아낸 것이다.

쿠팩스는 이후 유니폼을 벗을 때까지 한 차례 더 18K를 기록, '닥터K'의 위용을 자랑했지만 19K는 한 번도 이루어보지 못했다.

69년 9월15일에는 세인트루이스의 스티브 칼튼이 20개에 한 개 못미치는 삼진을 솎아내며 드디어 쿠팩스를 제쳤다. 97년에는 랜디 존슨(당시 시애틀)이 6월24일과 8월8일 2차례에 걸쳐 19탈삼진을 기록하며 칼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칼튼과 존슨의 기록은 아직까지 한 경기 좌완 최다탈삼진 기록으로 남아 있다.

칼튼이 19K를 기록한 뒤 강산이 2번 반 바뀐 86년 4월29일 로저 클레멘스(당시 보스턴)는 전무후무한 20K를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최고 파워투수의 위용을 자랑했다. 클레멘스는 10년이 지난 96년 9월18일 한 번 더 삼진 20개를 솎아내며 '로켓'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클레멘스의 금자탑이 세워진 뒤 2년 뒤에는 시카고 컵스의 '신성' 케리 우드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상대타자를 20번이나 돌려세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5월6일 벌어진 경기에서 우드는 완투를 하면서 단 1안타만 허용하고 무실점 완봉승을 거둬 전세계 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우드의 20K는 내셔널리그 우완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으로 역사책에 수록돼 있다.

쿠팩스가 18개의 삼진을 잡은 뒤 칼튼의 19K가 나오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클레멘스가 칼튼을 제치고 앞자리 숫자를 바꿔놓은 것은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뒤다. 이후 20K의 벽을 넘은 선수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21K를 달성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혔던 우드는 혹사의 후유증으로 수차례에 걸친 어깨 고장 끝에 올시즌을 마감한 상태다. 한때는 더이상 선발로 던질 수 없어 마무리 전향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가 21K를 달성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9이닝 동안 타자 21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기 위해선 퍼펙트게임에 준하는 투구는 물론 맞혀잡는 투구도 금물이다. 오로지 투수의 배짱과 구위, 제구력만 가지고 끊임없이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한 경기 20K를 기록한 투수는 전무하다. 땅볼타구를 유도해 쉽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요즘 추세와 맞물린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과연 20에서 21로 숫자 하나가 바뀌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그리고 누가 그런 업적을 이루어낼지 궁금하다.

참고로 정규이닝을 넘어선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은 21개다. 62년 9월12일 워싱턴 세네터스의 톰 치니는 16이닝 동안 21번이나 삼진아웃을 기록했지만 9이닝 기준이라는 제한에 걸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김형태기자 hor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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