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하림이 큰 도약을 앞두고 있다. HMM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면 재계 순위는 27위에서 13위로 뛰어오른다. 숙원인 양재동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도 드디어 첫발을 뗐다. 종합 물류기업의 꿈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다만 아직 정리할 문제들이 남았다. 외형이 급격하게 커지고, 동시에 재계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하림 앞에는 풀어야 할 이슈도 적잖이 놓여 있다. 그 과제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하림이 자산 규모가 약 25조원에 달하는 HMM을 삼키면 단순 계산으로 자산이 약 42조원으로 커진다. 식품업계 만년 1위이자 재계 13위인 CJ그룹(자산 규모 약 40조)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하림이 예정대로 덩치 키우기에 성공할 경우, 남아 있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는 품격을 갖추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워온 하림은 그 과정에서 각종 꼼수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편법 승계 관련 논란과 관련해선 아직도 지난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2년 김홍국 회장은 한국썸벧판매(現 올품)의 지분 100%를 장남인 김준영씨에게 증여했다. 당시 한국썸벧판매는 제일홀딩스(現 하림지주) 지분을 7.49% 가지고 있는 한국썸벧(現 한국바이오텍)을 소유한 회사였다. 지주회사 밖에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었다. 과세 당국은 증여세 100억원을 부과했다.
증여세를 납부하기 위해 하림은 올품의 가치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하림이 동물 약품 고가 매입을 통한 부당 지원,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매각 지원 등의 꼼수를 썼다고 봤다. 이를 통해 한국썸벧판매는 5년 동안 총 70억원 가량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올품의 기업 가치는 커졌고, 증여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년 올품은 유상감자를 단행해 전체 주식에서 30%(6만2500주)를 소각했다. 김씨는 이 대가로 100억원을 챙겼다. 그럼에도 올품은 김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이기에 김 씨의 올품 주식 지분 비율에는 변화가 없었다. 유상감자란 기업이 자본감소를 하면서 감소시킨 만큼 생긴 돈을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에 따라 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증여세 납부까지 완료한 김씨는 현재 하림지주의 실질적 최대 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김 회장이 21.1%의 하림지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김준영씨가 지배한 올품과 바이오텍이 각각 5.78%, 16.69%로 총 22.47%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2021년 하림의 이런 행위가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 '부당이익'과 '사적 편취'라며 과징금 49억원을 부과했다.
하림은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하림 측은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과징금 제재를 받았는데, (하림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현재 행정소송 2심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하림이 전형적인 재벌 승계 수단을 활용했다고 비판한다. 일감몰아주기와 통행세 방식은 기업 가치를 부풀려 증여 등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수법으로 자주 쓰인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 그룹사가 그렇게 한 것을 다른 대기업·중견기업군에서 따라하는 것이고 편법"이라고 설명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위법한 행위를 통해서 자금을 마련하고 편법을 이용하는 승계는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위법에 대한 평가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증여의 궁극적인 의도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