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에 합류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탈당을 선언했다. 그동안 당의 탈당 요구에 이러저런 이유를 대며 결단을 미룬 류 의원은 탈당하면서 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당 차원의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당 관계자는 류 의원을 비례대표 1번으로 올렸던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라고 했다.
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당 탈당을 선언했다. 비례대표인 류 의원은 자진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지만, 우선 오는 19일 예정된 당기위원회(당 징계 기구)에 출석해 소명한 뒤 탈당계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류 의원은 정의당에 남아 다른 당원들의 신당 합류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이 전날(14일) 당대회를 통해 녹색당과의 '가치중심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확정하자, "당의 진로에 관한 당원 총의를 묻지 않겠다는 결정 때문에 당원총투표까지 당원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던 저의 노력도 여기까지"라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탈당을 결심한 류 의원은 현재 정의당을 '민주당 2중대'라고 규정하며 "조만간 조국신당과 개혁연합정당,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에 정의당은 류 의원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그동안 류 의원이 당적을 정리할 시간을 제시했음에도 응답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당원 설득이라는 이유를 들어 의원직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여론몰이'를 했다는 것이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류 의원이 당기위 소명 후 탈당하겠다는 것은 결국 최대한 오래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2중대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역할을 안 하고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내서 비판받았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의 경우도 비판을 받을 정도였는데, 류 의원은 핑계를 위한 핑계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류 의원이 당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류 의원은 당 직위를 해제당한 만큼, 당대회에서 토론할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참석 의지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설득 행위는 없었다"며 "의원직을 버티기 위한 핑계라고 볼 수 있고, 지난 14일 정기 당대회장 앞에 와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행위도 의사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당은 이미 빨리 (탈당) 하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류 의원이 있는 것이 우리한테 플러스나 마이너스 될 것도 없다"면서 "다만 도의적으로 새로운 정치를 하신다는 분이 기본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고, 당은 이런 무례한 사람인지 몰랐던 만큼 국민들 앞에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류 의원의 행보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개혁신당'(가칭) 참여를 위해 탈당을 선언한 허 전 의원과 대조되면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직의 경우, 지역구 선출직과 달리 당에 부여된 직이기 때문에 당적을 옮기는 행위는 정의당 입장에선 징계 사유로 꼽힌다.
정의당은 류 의원에게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보장했다는 입장이다. 당은 지난해 12월 초 류 의원이 속한 청년 의견그룹 '세번째 권력'이 새로운선택과 공동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해당 행위로 보고 12월 16일까지 국회의원 사퇴와 당적 정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류 의원은 응답하지 않았고 당기위 제소에 따라 소명 이후 탈당계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행보에 당 입장에선 "최대한 오랫동안 의원직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던 것이다.
반면 류 의원과 동일한 상황이던 허 전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 승계 문제를 해결한 직후 탈당 및 개혁신당 합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비례대표 승계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가지 정리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며 "시간 끄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기자회견서 줄곧 "당에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정의당 내부에선 "허 전 의원과 비교되는 것이고 새로운 정당에서 살아남기 위한 행보인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는 손해를 보거나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라며 "류 의원이 허 전 의원과 대조되는 것은 마치 자리만 찾아다니려는 듯한 인상을 주니 여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의당 입장에서도 류 의원에 대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류 의원의 행보에 부정적인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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