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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기한 대신 도입한 소비기한, 문제 많다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올해부터 식품 표지에 '유통기한'이라는 표기가 사라졌다. 대신 의무적으로 '소비기한'을 써야 한다.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키면 그 기간까지는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음을 뜻한다. 이전까지 썼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유통·판매가 허용된 기한이다. '팔 수 있는' 기한 대신 '먹을 수 있는' 기한으로 표시를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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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련 소식에 대한 반응은 흉흉하다. 멀쩡한 제도를 왜 바꾸냐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이런 의견에도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정부 도입 취지에 동의하는 마음이 크다. 소비기한 전환으로 인한 효과가 작지 않아서다. 우선 식품 기한에 대한 정보를 기존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데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폐기되는 식품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안착되면 연간 약 1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편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시대적 흐름에 가까운 변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소비기한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거나, 권장하고 있다. 유럽연합(EU)·호주·홍콩은 식품별로 소비기한과 품질유지기한 등을 표기한다. 별도의 유통기한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일본 또한 소비기한과 유사한 상미기한을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유통기한,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가운데 업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해 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유통기한의 정의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도입을 결정했으면 제대로 시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첫발을 잘 못 디딘 듯하다. 유통 현장에선 제품 라벨 표기만 소비기한으로 바꿨을 뿐 기존 유통기한 날짜와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 대다수다. 지난 2022년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양성범 교수팀은 "현재처럼 품질 변화 시점의 80~90%를 소비기한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현행 기준 적용 시 대부분 가공업체는 유통기한 표시를 소비기한 표시로 단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오히려 유통기한 표시를 할 경우보다 구매하려는 기간이 짧아져 식품의 반품 및 폐기는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계도기간 시작 전부터 제기된 우려지만, 아무런 개선책 없이 그대로 현장에 적용됐고, 예견된 문제가 생겼다.

소비기한이 제대로 표기돼야 섭취 가능 기간을 늘려 식품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원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시장 논리에만 맡겨 둘 사안이 아니다. 품질 관련 이슈와 맞닿아 있기에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별 특성 및 유통 특성을 고려해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서 기존 유통기한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소비기한 시점을 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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