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하림은 양계(도축실적 기준)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부동의 1위 사업자다. 8%대 점유율을 유지 중인 자회사 올품을 합하면 30% 수준에 육박한다.
문제는 하림의 이 영향력이 항상 옳은 방향을 향하는 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 국내 육계 신선육 시장 점유율 77% 이상을 차지하는 16개 사업자들이 한국 육계협회 내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를 통해 담합을 했다며, 이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액 약 1758억원을 부과했다. 하림(계열사 포함)에 부과된 금액은 이중 53.5%인 약 942억원이다. 공정위는 업계 1위인 하림이 가격 담합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16개 사업자들은 지난 2005년부터 12년간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출고량·생산량·생계 구매량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답합을 했다. 심지어 달걀·병아리 폐기와 감축을 통해 육계 신선육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하림이 업계 1위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담합에 동참했다고 분석한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회사가) 경쟁을 하면 품질·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라며 "(담합을 하면) 각 회사들끼리 적절한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으니 합의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협회를 통한 담합에 대해서는 "정책 논의 등 포장하기 좋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담합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매출 대비 과징금 비율이 얼마 되지 않아, 걸리면 과징금 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림 측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림 관계자는 "육계 신선육 관련 회합과 논의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논의대로 실행됐는지와 그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 없이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의 경우 합의 자체만으로도 불법이라고 판단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의 경우에는 합의 자체로도 성립된다"며 "다만 실행이 얼마나 됐느냐는 제재 수준을 정할 때 참고 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통해 내린 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기업이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고등법원에 회부돼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 하림 측은 공정위 판결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합과 관련된 소송전 결과는 우선 차치하더라도, 하림이 조금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위 사업자로서 업계의 자정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닭은 소비자가 많이 섭취하는 육류 중 하나다. 담합을 하게 되면 가격이 오르고 품질이 나빠지는 등 그 폐해가 소비자한테 갈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좀 더 주의를 갖고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다. 기업 내부에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통해 불법 행위가 걸렸을 경우, 회사뿐 아니라 대표이사까지 책임지게 해서 내부 통제가 강하게 유지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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