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아파트에 불이 났을 때 스프링클러, 완강기 등 소방과 방재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화문도 항상 열려 있어 연기유입 차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아파트 화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는 최근 방학동 아파트 화재 등 노후 아파트 화재 발생과 관련해 ‘서울시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과 피해경감 대책’을 마련했다. 소방‧피난 규정이 도입되기 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해 화재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준공된 지 20년 넘은, 노원구에 있는 노후 아파트에 찾아 소방‧방화시설 관리실태를 직접 살핀다.
해당 아파트는 소방・피난 규정이 본격 도입되기 전인 2002년 10월 준공돼 15층 이하는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대상이 아니다. 세대별 완강기 설치 대상도 아닌 곳으로 방학동 화재 사고 아파트와 여건이 비슷한 곳이다.
스프링클러 설비는 2005년 이전 16층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16층 이상인 층에만 설치했다. 완강기는 2004년 6월 이전 층 바닥면적 1000㎡마다 1개를 설치(지상 3층~10층)했다.
노후 아파트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방화문으로 구획된 계단을 통해 지상이나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연기유입 차단을 위해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현실은 생활 불편 등으로 방화문을 상시 개방하고 있어 불이 났을 때 피난계단 기능을 하기 어렵다.
거주자는 내 집에서 불이 나면 현관문을 닫고 피난계단을 통해 대피해야 한다. 방학동 화재의 경우 문을 열어둔 채 대피하면서 피난계단으로 연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10층 이하에서 유용한 피난기구인 완강기도 준공 당시에는 세대가 아닌 층별로 설치(1000㎡마다 1개)되면서 현재 세대별 완강기가 없어 저층임에도 자력 대피에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피난 규정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노후 아파트의 방화문, 완강기, 자동개폐장치 등 피난 안전시설 개량과 확충을 지원한다. 연기 등을 감지해 자동 폐쇄되는 방화문과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피난 안전시설 등을 설치하면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 개정을 정부에 건의한다.
둘째, 방화문 등 피난시설 관리체계 개선과 감독을 강화한다. 공동주택의 관리주체가 직접 방화문 개폐 여부 등 피난시설의 유지관리 실태를 분기마다 점검 후 그 결과를 담당 자치구에 보고토록 의무화한다.
셋째, 공동주택의 경우 16층 이상으로 층 바닥면적이 400㎡ 미만이면 특별피난계단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계단으로 연기확산 우려 등을 고려해 예외 규정을 삭제토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피난계단을 구획하는 방화문이 생활 불편으로 불가피하게 열어놓고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는 불합리한 평면계획이 되지 않도록 건축심의도 강화할 예정이다.
대시민 화재 대피 교육‧홍보와 소방 훈련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오는 1월 10일을 '아파트 세대점검의 날'로 정하고 이날 서울시 모든 아파트에서 화재 상황을 가정한 입주민 자율 대피훈련과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저녁 7시부터 10분 동안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1월 말까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소방시설 유지관리, 비상구 등 피난시설 관리실태 등의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아파트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하며 앞으로 이러한 비극적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아파트 안전 관련 시설과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피난‧소방 규정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가 피난과 방화에 취약한 만큼, 방화문‧완강기 등 피난 안전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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