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경기가 급격히 불안정해지자 롯데카드가 곳곳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익에 치중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체제하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을 늘려왔던 것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
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요주의 여신 비중은 30.3%로 전년 말 6.1% 대비 5배가량 급등했다.
요주의 자산은 현재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향후 차주 신용이 악화하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금리 장기화로 시장이 위축돼 사업장 인허가와 분양 개시가 늦어진 영향이 컸다. 30%에 달하는 브릿지론 비중도 리스크를 키웠다. 브릿지론은 시행사 등 부동산 개발사업장이 본 PF를 받기 전 개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단기간 사용하는 대출이다. 태영건설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하면서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워크아웃 파장이 중하위 건설사로 전이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부실 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롯데카드는 PF 대출을 대다수 수도권 지역, 선순위·단일순위 주거시설 중심으로 시행했지만, 급격히 침체한 시장 환경을 피하진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카드의 PF 대출 3건이 고정 이하로 신규 분류됐다. 롯데카드의 PF 부실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롯데카드는 해당 사업장을 매각해 고정이하 여신을 모두 털어냈다.
현재 PF를 취급하는 카드사는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두 곳이지만, 롯데카드만 1조원 넘게 운용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20년 이후 PF를 취급해 지난해 3분기 1조3400억원까지 규모를 키웠다. 신한카드는 PF를 영업 자산의 1%인 1000억원 정도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에 속한 뒤로 롯데카드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동산 PF 자산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카드의 조달 환경이 경쟁사 대비 녹록지 않다 보니, 마진(중간이윤)을 내기 위해 대출 금리가 높은 PF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단기 자금 조달 의존도도 유동성 위험을 키우고 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3분기 단기차입 의존도는 9.4%로 우리카드 11.6% 다음으로 가장 컸다. 단기 유동성 지표인 90일 커버리지 비율은 76.1%로 100%를 밑돌았다. 90일 이내 만기 도래하는 차입 부채가 즉시 가용 유동성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급작스러운 시장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
은행계 카드사들과 달리 대주주 지원 가능성도 적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투자 회사 가치를 높여 수익을 내는 PEF 사업 목적을 고려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재무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2022년 말 이후 부동산 PF 대출 신규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외에도 리스크관리본부를 신설했고, 건전성 지표를 상시 관찰하며 잠재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채를 선제적으로 발행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힘써 단기차입 의존도도 지난해 말 7%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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