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지난해 식품업계엔 훈풍이 불었다. 경기 불황에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연 매출 '3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업체가 기존 7곳에서 10곳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여느 때보다 경영 환경이 불확실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날로 거세지는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 '2024년이 진정한 시험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자연히 기업들의 발걸음도 연초부터 분주하다. 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서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1위의 절박함…"초유의 위기, 지금이 터닝포인트"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식품업계 1위 CJ의 올해 신년사에선 절박함이 묻어났다. 지난해 주요 식품 기업들이 실적 잔치를 벌였으나, 홀로 웃지 못한 탓이다. CJ그룹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0조6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외형은 성장했으되 내실은 딴판이었다. 누적 영업이익이 1조4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나 감소한 것이다. 핵심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작년 3분기 매출액 4조6734억원, 영업이익 27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8.8% 줄었다.
CJ는 올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잡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2024~2026년 중기계획을 수립한다. 단순한 숫자 목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공감과 동의를 바탕으로 분명한 질적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사업별 초격차 역량, 글로벌 목표, 구체적 실행 방안 등도 마련한다. 지금이 '터닝 포인트'라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조직문화의 근본적 혁신도 추진한다. △최고인재 양성과 적재적소 배치 △책임지는 문화 확산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주요 키워드로 그룹 핵심가치인 '온리원'을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잘 나가는 K-라면…글로벌·미래 먹거리 '방점'
지난해 수출 1조 돌파라는 역사를 쓴 라면업계는 올해도 매출과 수익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방점을 찍었다.
농심은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는 신라면의 '이름값' 높이기에 힘쓸 계획이다. 주요 대형유통에서 중소형 유통점까지 판매망을 넓히는 데 주력한다. 베트남, 인도, 태국 등 동남아 시장, 호주 시장, 일본 시장 등에 다양한 신브랜드 제품 판매도 확대할 방침이다. 동시에 짜파게티, 너구리 등 국내 시장에서 견고한 브랜드력을 갖고 있는 제품의 해외 마케팅 활동을 적극 추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라면에 이은 제2의 '파워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내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단기 목표다.
사업영역도 다각화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솔루션 등 농심이 진출한 신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삼양식품은 역시 올해 해외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R&D 강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해외법인과 수출전진기지인 밀양공장을 기반으로 수출 볼륨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방침이다.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는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채널 유통망 확대, 중국법인 '삼양차이나'는 온라인 채널 경쟁력 확보, 일본법인 '삼양재팬'은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 확장에 나선다. 지난해 4월 설립한 인도네시아법인도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내년 준공을 목표로 밀양2공장 설립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소스 사업도 올해 수출 확대를 통해 빠르게 성장시켜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비전선포식을 통해 밝힌 그룹사 핵심 비전인 '푸드 테크' 실현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삼양식품은 지난 2021년부터 식품과 접점이 있는 바이오 분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해외로도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가며 식물성 패티, 프로틴 음료 등 헬스 케어 및 단백질 소재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와 관련 분야 전문 인재 확보를 위해 R&D를 확대할 계획이다.
오뚜기도 올해 '아픈 손가락' 해외 사업 역량 강화에 힘쓴다. 오뚜기는 경쟁사 대비 아쉬운 해외 사업 실적으로 이전부터 '내수 기업'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뚜기는 지난해 말 LG전자 출신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을 신규 영입했다. 20년간 액센츄어 등 컨설팅 업계에 종사한 그는 액센츄어타이완 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만 현지 제조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하며 I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이후 2009년 LG전자에 입사해 CIO 정보전략팀장(전무), BS유럽사업담당(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해외 사업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김 부사장 영입과 함께 오뚜기는 기존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했다. 현재 오뚜기 내 제조와 영업, 품질보증 등 소수의 핵심 조직들만 '본부'로 편제돼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K-치킨, 영토 확장 속도 낸다…해외 사업에 주력
해외 영토 확장에 적극적인 치컨업계는 올해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간다. BBQ는 올해 경영 목표로 공격적인 국내외 신규 매장 개설을 통한 폭발적 매출 증대를 꼽았다. 올해 미국 50개주 전 지역에 가맹점을 개설하고, 남미와 동남아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BBQ는 전 세계 57개국에 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집중하고 있는 미국 시장의 경우 전체 50개 주 중 26개 주에 진출한 상태다.
교촌도 올해 해외 진출 엑셀을 밟는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교촌은 전 세계 7개국에 71개 매장을 두고 있다. 향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4000조 규모에 육박하는 세계 외식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경영에 복귀한 창업주 권원강 회장도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복귀와 함께 제시한 미래성장 키워드로 '글로벌'을 꼽았다. 지난 8월 대만 1호점을 오픈하며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은 향후 교촌의 신성장동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이 늦었던 bhc도 올해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18년 홍콩 직영점을 오픈하며 빅3 업체 중 가장 늦게 해외 진출에 나선 bhc는 현재 동남아 5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2일 올해 첫 해외 신규 매장 싱가포르 3호점을 출점한 bhc는 향후 동남아를 중심으로 미주지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겹경사 맞은 하림…올해는 미뤄둔 과제 해결 집중
하림은 지난해 겹경사를 맞았다. HMM 인수전에서 경영권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서울시로부터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 조건부 인허가도 받았다.
올해는 겹겹이 쌓인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역량을 총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자금 조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HMM 인수 대금과 양재 도시첨단 물류단지 사업에 투입해야 할 자금은 총 13조원이 넘는다. 반면 하림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잇따른 호재에도 하림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신성장동력 가정간편식(HMR) 사업에서도 올해 반전을 이뤄낼 계획이다. 하림은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선언하며 HMR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하림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장인라면'의 경우 국내 라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으로 알려졌다. HMR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고집하고 있지만,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들한 탓이다.
하림의 전략은 브랜드 다각화다. 수익성 창출에 앞서 HMR 포트폴리오를 늘려 외형 확장에 우선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하림은 메인 브랜드 '더미식'을 통해 만두와 라면, 즉석밥, 국탕찌개를 내놨다. 세컨드 브랜드인 '멜팅피스'를 통해선 스트릿푸드 제품을 출시한다. 최근엔 어린이 HMR 브랜드 '푸디버디'까지 론칭하며 어린이식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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