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인근 공인중개사무소가 45개 정도 됐어요. 그중 5개는 아예 폐업했고 몇 군데는 주인이 바뀌었어요. 찾아오는 손님들도 거의 없고 투자 수요도 많이 줄어든 영향 같아요. 집값이 쭉 떨어지면 모르겠는데 다시 오를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지 않고, 매수자들은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팽팽한 줄다리기가 끝나야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네요."
휴·폐업하는 공인중개사무소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두달여 동안 주택 거래량이 다시 감소하기 시작한 가운데 전세 사기 여파가 지속되면서 전세 거래도 줄어든 영향이다.
공식 통계치로도 입증된다. 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공인중개사무소 휴·폐업 수는 총 1만4209곳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같은 기간(1만1145건)과 비교해 약 27% 증가한 수치다.
통상 계절적 비수기인 연말에 휴·폐업하는 중개사무소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누적 휴·폐업 중개사무소는 약 1만5000곳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 닫는 중개사무소는 증가하는데 신규 중개사무소 개업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1~5월까지 월평균 1100건대 수준이던 신규 공인중개사무소 수는 지난 6월에 들어서 968건으로 감소하더니 8월부터는 월 800건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1~11월)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무소는 총 1만1312곳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문 닫은 중개사무소 수가 신규 개업한 중개사무소 수를 넘어섰다.
업계에선 연말 비수기 영향으로 전반적인 거래량이 줄어들었고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 가격에 대한 차이로 관망세가 짙어진 모습이라는 진단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G 공인중개사는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많이 줄었고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들이 그나마 조금 거래가 있는 상황"이라며 "임대차 3법으로 전월세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많이 늘면서 전월세 거래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도자 입장에선 집을 팔려고 해도 이전에 형성됐던 매매가로는 현재 거래가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호가를 낮추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며 "금리도 여전히 높고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자들도 굳이 지금 집을 사려는 분위기는 아니다. 중개사 입장에선 매매든, 전월세든 거래가 있어야 하는데 거래 자체가 없으니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경기 부천시의 S 공인중개사는 "인근 지역 중개사무소들 모임에 나가면 다들 거래가 줄어 어렵다고 한다. 이 근방에 공인중개사무소가 45개 정도 됐는데 그중 5개는 아예 폐업했고 주인이 바뀐 곳도 몇 군데 있다"며 "상담 전화나 방문 자체가 예년 대비 확연히 줄었고 매물은 나오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매와 전월세로 이어지는 부동산 사이클이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매수자들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을 사고 싶어 하는데 매도자들은 이전에 자신들이 매수했던 금액에 팔고 싶어 해 그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1월 주택 통계'를 보면 지난 1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4만5415건으로 전월(4만7799건)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전월세 거래량은 21만1187건으로 전월(21만449건) 대비 소폭(0.4%) 증가했다. 다만 비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은 10만79건으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비교적 중개수수료가 낮은 월세 거래량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세 거래는 감소했다. 지난 11월 전세 거래량(9만6730건)은 전월 대비 2.6%, 전년 동월 대비 0.5% 줄어들었다. 반면 월세 거래량(11만4457건)은 전월 대비 3.0%, 전년 동월 대비 7.8% 증가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연말 같은 경우 계절적 비수기라 원래도 휴·폐업 중개사무소 수가 많은 편"이라며 "근데 올해는 한창 성수기로 불리는 시기에도 거래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 전세 사기가 또다시 곳곳에서 발생하다 보니 이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일단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며 "보통 월세 살던 사람들은 전세로, 전세 살던 사람들은 내 집 마련으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 사이클인데 전세 사기가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도 있고 매수-매도자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별히 가격이 내려가진 않는데 거래도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한동안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G 공인중개사는 "결국엔 버티다가 못 버티는 사람들은 급매로 내놓을 순 있겠다"면서도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S 공인중개사도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매도자들이 빨리 팔려고 할 텐데 버티면 결국엔 오르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올 상반기까지는 지금 같은 흐름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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