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지난해 유통업계는 고물가와 경기침체 지속으로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기업들에서 희망퇴직 행진이 이어지는 등 자체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새해가 밝았으나 여전히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2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결과에 따르면 새해 소매시장은 전년 대비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유통업계는 갑진년 청룡의 기운을 받아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올해 성장으로 날아오르겠다는 계획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유통업계의 2024년 경영계획을 들여다 본다.
◇백화점, 우량점포 매출은 지속 성장…리뉴얼·팝업스토어 확대
지난해 백화점 업계는 불황 속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중 처음으로 연매출 3억원을 돌파했고, 롯데백화점 본점도 2조원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처음으로 연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 더현대 서울은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백화점 업계는 올해 리뉴얼을 통한 공간혁신, 팝업스토어 확대를 통한 고객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유치를 확대해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본점, 잠실점, 수원점 등 대형 점포의 리뉴얼을 계획 중이다. 수원점은 2014년 개장 이후 10여 년 만에 매장을 재단장해 오는 4월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신규 브랜드 강화, 다양한 팝업 매장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고객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오픈한 베트남 하노이에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등 해외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 더욱 집중한다.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대대적인 확장 리뉴얼을 벌이고 있는 강남점 식품관은 현재 영업면적 2200여 평에서 6000여 평의 국내 최대 식품관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강남점 파미에스트리트 일대는 올해 초 MZ부터 시니어까지, 대중고객부터 VIP까지 모든 고객층을 아우르는 디저트 성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중반 기존 면세점 공간은 국내 최대 수준의 와인전문관과 프리미엄 푸드홀로 변신해 고객 발길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세븐틴, 헬로키티, 스누피 등 다양한 장르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MZ를 중심으로 수많은 신규고객을 모은 신세계는 올해에도 차별화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전국 각지의 마니아들을 불러 모은 헬로키티 팝업스토어는 내년 탄생 50주년을 맞아 신세계 단독으로 다시 한번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모바일앱은 고객과 적극 소통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는 스몰럭셔리를 중심으로 품목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DNA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더현대 서울의 지난해 누적 매출(1월 1일 ~ 12월 2일)은 1조 41억원을 달성하면서 지난 2021년 2월 26일 오픈 후 33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 점포'로 등극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압구정본점‧판교점‧더현대 서울 등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 작업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오프라인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공간가치 창출,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 등 기존 리테일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 요소를 선보이는 것이 주효하다는 판단 아래, 점포가 위치한 상권 및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차별화 콘텐츠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더현대 광주'도 미래형 리테일 플랫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되고 있다. 더현대 광주는 관광‧문화‧예술‧여가와 쇼핑을 융합한 국내 최초의 문화복합몰로 연면적만 30만㎡(약 9만평)에 달한다. 국내 리테일 최대 규모의 초대형 녹지 공간을 비롯해 친환경‧테크‧로컬 등 5가지 문화 테마를 융합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형마트, 온라인과의 경쟁…신선식품·맛집 확대해 고객 유인
대형마트 업계는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프라인 강점인 그로서리 매장을 늘리고 물가 안정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올해 외형 성장을 도모한다. 최소 5개 이상의 신규점포 부지를 확보해 빠른 시간 내에 출점을 재개할 계획이다.
신규 출점과 리뉴얼을 통해 문 여는 매장은 체험형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고객 중심으로 공간과 상품을 재구성한 '미래형 이마트'로 만들어 간다. 그로서리 매장, 맛집 등 다양한 테넌트 시설은 더욱 넓히고, 비식품 매장은 축소한다. 지난해 이마트는 총 15개 점포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식료품 상품군으로 매장의 90%를 채우는 그로서리 상품 특화 점포 '그랑 그로서리(Grand Grocery)'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도 지속해 나간다. 마트와 슈퍼는 2022년부터 진행 중인 상품 통합 소싱을 확대해 품질 및 가격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모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자체 브랜드(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역시 PB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다. 특히 올해에는 글로벌 소싱을 통한 PB 상품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롤백, 위생백, 위생장갑 등 일회용품은 약 30~40개의 상품을 추가 개발하고 고객 소비 형태를 고려해 용량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홈플러스가 일회용품을 시중가 대비 20%가량 저렴하게 론칭한 심플러스는 판매 수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 신규 점포 출점 지속…차별화 상품 확대
편의점 업계는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차별화 상품을 늘리고, 신규 점포 출점을 지속해 생활밀착형 소비 공간으로 한발 더 나아갈 계획이다. 앱의 편의성도 높여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성도 꾸준히 높여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몽골, 말레이시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사업도 확대한다.
CU는 올해 편의점 키워드로 'HIGHER'를 제시했다. 갑진년 용의 해를 맞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처럼 비상하겠다는 뜻으로, CU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 대응하고 유통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GS25는 업태 간 경계가 사라지고 온오프라인의 치열한 경쟁 상황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 상품 개발 및 확대,
O4O(우리동네GS앱) 연계 활성화 등 점포의 수익 향상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까지 계획된 미니스톱 통합 완수를 이루고 브랜드 안정화에 힘쓴 이후 편의점업의 본질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일반 점포보다 매출, 이익이 높은 먹거리 특화 플랫폼 '푸드드림'을 지속 확대해 가맹점 매출 증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또한 차별화 전략으로 글로벌 세븐일레븐 히트 상품들에 대한 직소싱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신선식품도 늘린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농촌진흥청 및 경상북도, 경상남도 거창군 등 다양한 지자체와의 MOU를 연달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했으며, 특히 과일 및 야채 매출은 25%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 증가 상황 속 편의점이 신선식품 구매에 있어서도 주요 채널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상품구색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앱을 중심으로 하는 O4O 서비스도 더욱 강화한다. 올해에는 대대적인 앱 리뉴얼과 함께 1만4000여 개 점포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사업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만큼 꾸준한 출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가맹점의 매출과 수익이 높은 점포 위주의 출점을 진행하며 양과 질을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또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진출하며 해외사업도 확장 중인 이마트24는 올해 상반기 중 캄보디아에도 1호점을 오픈한다. 향후 다양한 국가로의 진출을 지속 검토할 계획이다.
◇면세점 "유커 기다리다 목빠진다"…개별관광객에 집중
코로나19 이후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 면세업계는 올해 개별관광객(FIT)에 집중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로 면세점의 큰손인 중국 단체관광객 유입이 되지 않는 반면 자유여행객은 늘고 있어서다.
롯데면세점은 FIT 관광객 증가 추이에 따라 국내에선 시내점과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고객 잡기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면세점 쇼룸 'LDF 하우스'가 오픈 초기 방문객 수 300명대에서 최근 1000명을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고, 지난달 15일 명동본점 고객 라운지도 새단장했다.
롯데면세점은 내년에도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와 다국적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신규 브랜드 입점과 고객 체험 요소를 강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해외점 정상화를 발판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12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19개 전 매장 그랜드오픈과 호주 브리즈번공항점 10년 사업권 재획득하는 등 현재 해외 6개국에서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권 개별 관광객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세계면세점은 16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홍콩 최대 항공사 캐세이퍼시픽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올해 2월부터 캐세이퍼시픽 회원을 대상으로 제휴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신세계면세점은 고객 접점을 확대와 글로벌 생태계 확장을 위해 향후 항공뿐 아니라 해외 호텔 체인 등과 제휴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내년 계획에 대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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