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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대증원 문제, 언제까지 끌려다닐건가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올해 의료계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의대 증원' 이슈였다.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지만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선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필수 의료 과 전공을 희망하는 전공의(레지던트)들을 찾지 못해 혈안인 상태다. 또 일선 의료 현장에는 찾아갈 의사가 없어 특정 병원에만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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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9일 대구시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5월 6일에는 서울시 군자동에서 5살 아이가 구급차에 탔지만, 인근 대학병원 등 4곳에서 입원을 거부당해 이튿날 숨졌다. 같은 달 30일 용인시 처인구에서는 70대 노인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2시간 동안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의사 부족 사안이 아니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 사안인가.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동결된 이후 18년째 그대로다. 2000년 당시 의대 정원은 3507명(정원 3253명, 정원 외 140명, 학사편입 114명)이었는데 의약 분업으로 조제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면서 수익 감소 등을 우려한 의료계 반발을 수용해 정부가 의대 정원을 꾸준히 감원한 결과다. 게다가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까지 심화하면서 지방 의료공백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전국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47.4%였고, '2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28.7%나 됐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의 몽니는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은 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달 20일 지역 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에 관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의협은 의대 증원 정책까지 묶어서 거친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의협 등은 광화문 일대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가졌고 총파업까지 언급한 상태다.

우리나라가 의사 부족 국가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 통계 2022' 자료를 보면, 한국의 1000명당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2.5명으로 멕시코(2.4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한의사(0.4명)를 빼면 최하위다.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 의료 수가 개선 등 의사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사들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일부 의료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지금대로라면 필수 의료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나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여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고령사회가 다가오고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물러설 수는 없다. '직역(職域) 이기주의'로 인한 피해를 국민 전체가 고스란히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가 의사 증원 등 의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집단 휴진'이라는 카드로 맞서왔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여서 자신들의 집단행동이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 대다수가 의대 증원을 원하는 상황에서 의협은 투쟁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의대 증원에 계속 반대한다면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아 밥그릇과 의사 특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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