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최근 핵심 기술을 빼돌려 중국 등 경쟁 국가에 돈을 받고 넘기는 '기술 매국노'들로 골머리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직 삼성전자 직원 등 3명은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다. 유출된 기술은 18나노급 D램 관련 기술로, 이들은 수백억원대 금품을 댓가로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 인해 업계가 입은 피해 금액은 대략 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삼성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베끼려는 시도도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거친 전직 임원 최모씨는 삼성전자의 클린룸 조성 조건과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을 빼돌렸다. 중국에서 4600억원을 투자받아 현지 반도체 회사를 설립한 뒤 반도체 핵심인력 200여 명을 영입할 계획까지 세웠다.
투자가 중단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복제 공장이 들어설 위치는 삼성전자 시안공장과 불과 1.5km 거리였다. '기술 매국노'들의 당당함과 대담함을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술 유출은 국가 안보과 관련 업계의 존망을 가를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 수준인 현행법은 중대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행법상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 산업기술 유출시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1월까지 8년간 기술유출 관련 범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65명이다. 이 중 80%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을 받더라도 평균 형량은 징역 12개월에 불과했다. 수많은 일자리가 걸린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렸는데도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봐준 것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다 적발된 사례는 93건이다. 매달 1.6건씩 핵심 기술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적발된 피해 추정액만 약 25조원이다. 올해 검거 건수만 146건이라는 경찰 통계도 있다.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반면 경쟁국인 미국은 일찌감치 '경제 스파이법'을 여러 차례 개정해 국가 전략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법정 최고형 33년에 벌금은 최대 500만달러(약 65억원)다.
대만도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을 간첩 행위에 포함해 최대 12년 징역과 벌금 1억위안(약 42억원)을 부과한다. 최근 네덜란드는 기술 탈취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일부 반도체·국방 분야 중국인 유학생들을 상대로 심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처벌 구성요건을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확대하고, 벌금 한도는 현행 15억원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상향한 내용을 담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신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기를 제 때 놓쳐 경쟁국에 기술 우위를 내준다면 그동안 쌓아온 '반도체 강국' 입지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