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해 생명을 나눴다…간 이식 기증자와 공여자 [명의]

[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가족들은 당신이 간을 받아서 건강하게 잘 회복하길 바랄 수도 있습니다"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한 해 약 6300명, 그중 1500여명만이 이식 수술을 받는다. 간 이식 기증자를 기다리는 환자 중 한 해 사망자는 1071명이며, 뇌사자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평균 6년 6개월을 기다린다.

이렇듯 오랜 시간 뇌사 기증자를 기다리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애가 탄다. 하루빨리 이식받아야 하는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가족들이 선택한 유일한 방법은 가족의 기증, 바로 생체 간 이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간 이식 수술 중 75%가 생체 간 이식 수술로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어떻게 가족의 간을 받을 수 있겠냐'며 거부하는 환자들에게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는 "자식 간 누구나 받기 싫죠. 저도 받기 싫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당신이 간을 받아서 건강하게 잘 회복하길 바랄 수도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항공기 조종사인 40대 남성은 직업 특성상 평소 건강검진을 열심히 받고 그때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학병원에서 검사받던 중 '80~90%의 확률로 간암일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고, 정밀검사 결과 '간경변으로 인한 간암 2기' 판정을 받았다.

평소 음주를 즐겨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해온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살기 위해서는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냥 뇌사자 기증도 기다릴 수 없이 막막한 때 아내가 기꺼이 자신이 간 이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아내는 '남편에게 받은 게 많아서 돌려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신장이 좋지 않아 투병 중이었던 50대 여성은 지금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3년 전 우측 간 절제술 이후 신장 기능도 나빠지며 간경화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간은 20대 초반인 그녀의 아들이, 신장은 40대 후반인 그녀의 동생이 기증해 주기로 했다.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간과 신장 동시 이식 수술 건수는 불과 연간 4~5건으로 매우 드물게 진행되는 수술이다. 또한 간 기증자, 신장 기증자에게 각각 장기를 받아 수혜자에게 다시 이식해 주기 때문에 '고난도 간 이식 수술' 중의 하나로 분류되기도 한다. 기증해 주는 동생은 그저 무사히 수술을 마친 후 언니가 건네는 '네 덕분에 내가 잘 살게' 한마디면 된다고 말한다.

오는 22일 밤 9시 55분에 방송되는 EBS '명의' '당신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간 이식-' 편에서는 간 이식과 이식 후 기증자, 공여자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