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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과 나란히 사장됐던 삼성家 이부진, '부회장' 타이틀 언제 달까 [유미의 시선들]


이재용 회장된 후에도 승진 불발, 13년째 '사장' 직함 유지…女 CEO 중 주식평가 '1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달초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오너가(家)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번에도 승진 대상에서 제외돼 관심이 쏠린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부'를 떼고 10년 만에 회장 직함을 달았으나, 이 사장은 13년째 '사장' 직함을 달고 있어 대비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호텔신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호텔신라]

21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맏딸인 이 사장은 지난 2010년 12월 단행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장' 직함을 달았다. 당시 이 사장은 호텔신라 전무겸 삼성에버랜드 전무를 맡고 있었으나, 삼성은 사장으로 두단계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대원외고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발을 디뎠다. 2001년 8월에는 호텔신라 기획팀 부장으로 업계에 들어섰다. 2004년에는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승진했고, 이듬해 상무에 올랐다. 지난 2009년 1월에는 전무로 승진하며 호텔의 실세로 떠올랐다.

2010년 말에는 삼성가 로얄패밀리의 딸 중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을 달았다. 범(凡) 삼성가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부회장 등을 거치긴 했으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경영을 직접 챙기진 않았다. 이와달리 이 사장은 직접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는 점에서 확연히 달랐다.

이 사장이 승진할 수 있었던 것은 롯데 등과 맞서서 '루이비통 대첩'에서 승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루이비통의 세계 최초 공항 면세점 매장을 인천국제공항내 유치하는 것과 관련해 이 사장은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 결국 롯데를 물리치고 유치에 성공했다.

이 사장이 승진할 당시 이재용 회장도 함께 사장이 됐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부사장 자리에서 COO 사장으로 승진한 후 2년 만인 2012년 12월에 다시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이 회장은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지만, 회장 직함은 지난해 10월 달았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1년 삼성그룹 시무식'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1년 삼성그룹 시무식'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일각에선 이 사장도 조만간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지난 2017년에는 이 회장이 구속돼 삼성그룹 경영공백이 생기면 이 사장이 메울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에선 "삼성 이 씨 가문 내에서 경영권 대체가 이뤄질 수 있고, 유력한 대상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재용 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그룹의 핵심 축인 삼성전자와는 거리를 두고 호텔신라에만 전념했다.

재계 관계자는 "2013년 시작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작업 이전까지만 해도 '리틀 이건희' 등의 별칭이 붙었던 이부진 사장에 대해 이재용 회장과의 경쟁구도를 그리는 시선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부진 사장은 삼성이 2014년과 2015년에 종합화학·삼성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를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을 때부터 그룹 경영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그룹이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며 삼성물산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한 지배구조를 만들면서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 승계 구도가 확고해졌다"며 "이부진 사장이 그간 부회장 승진을 하지 않는 것도 오빠인 이재용 회장과 같은 직급이 되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승진을 했음에도 이 사장이 올해 부회장 타이틀을 달지 않은 것에 대해 실적과 연관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호텔신라가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주춤했던 영향도 있다는 것. 실제 호텔신라 영업이익은 2020년 -1853억원, 2021년 1188억원, 2022년 783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부회장을 하지 않더라도 호텔신라의 대표성을 갖는다는 점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타이틀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부회장으로 승진하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호텔 실적이 좋지 않았던데다 최근 본인의 업적이라고 할 만한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1년 삼성그룹 시무식'에 참석한 고 이건희(오른쪽) 선대회장과 이재용(오른쪽부터)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모습.[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1년 삼성그룹 시무식'에 참석한 고 이건희(오른쪽) 선대회장과 이재용(오른쪽부터) 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모습.[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그룹 내에서 오너일가인 이 사장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은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삼성전자 53년 역사상 첫번째 여성 사장이 된 후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올해 포브스 선정 '아시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임원급 여성 인력 비율은 2020년 6.6%, 2021년 6.8%, 2022년 6.9%로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반대로 여성 퇴직률은 2020년 9.2%, 2021년 6.3%, 2022년 5.9%로 낮아졌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파악된 1000대 기업 중 여성 대표이사(CEO)는 작년보다 8명 많아진 4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000대 기업 전체 대표이사 중 2.9%로 작년보다는 0.5%포인트 증가했다.

이번에 조사된 40명의 여성 CEO 중 전문경영인은 30%를 넘어섰다. 또 매출 1조 클럽에서 활약하는 여성 CEO는 작년 4명에서 올해 6명으로 많아졌다. 국내 여성 대표이사 중 주식부호 1위는 이부진 사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1000대 기업내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한 CEO는 모두 1371명이었다. 이 중 여성 대표이사 비중은 작년 2.4%에서 올해 2.9%로 1년 새 0.5%포인트 정도 소폭 증가했다. 최고경영자급에서도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 있지만, 1000대 기업 내 여성 CEO는 100명 중 3명 미만 수준으로 아직도 갈 길은 먼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조사된 40명의 여성 CEO 중 비(非)오너가에 속하는 전문경영인은 13명으로 32.5%를 차지했다. 작년에 파악된 21.9%(7명)보다는 1년 새 10.6%포인트나 상승해 주목을 끌었다. 재계에 여성 전문경영인의 진출 속도 시계가 다소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프=CXO연구소]
[그래프=CXO연구소]

올해 파악된 여성 CEO 40명 중 작년 매출(개별 기준) 1조 클럽에 포함된 대기업군에는 6명이나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대표이사를 필두로 △네이버 최수연 △호텔신라 이부진 △LG생활건강 이정애 △매일유업 김선희 △한샘 김유진(1981년생) 대표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부진 사장과 김선희 사장 두 명은 오너가에 속했고, 나머지 4명은 전문경영인에 속했다. 매출 1조 클럽에 속하는 여성 전문경영인은 지난해 2명에서 올해 4명으로 많아졌다.

이외 △스튜디오드래곤 김제현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황보경 △코웰패션 김유진(1971년생) △예스24 최세라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이수연 △동남합성 박미령 △에이블씨엔씨 신유정 △부광약품 유희원 △팜젠사이언스 김혜연 대표이사 이렇게 9명도 전문경영인에 속했다. 이 중 부광약품 유희원 CEO는 지난달에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지만, 올 반기보고서 제출 시점에서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해 이번 조사에는 포함됐다.

이번에 조사된 40명의 CEO를 10년 단위 출생년도 별로 살펴보면 1970~1979년 사이인 1970년대에 출생한 이들이 16명(40%)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1970년생)을 비롯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황보경(1970년) △대주전자재료 임일지 사장(1970년) △세코닉스 박은경(1972년) △예스24 최세라(1973년) △깨끗한나라 최현수(1979년)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인 1970년대 출생 여성 CEO 그룹군에 속했다. 이 외 1960년대생(25%), 1980년대생(20%), 1950년대생(12.5%) 순으로 나타났다.

1934년생으로 내년에 90세가 되는 대림통상 고은희 대표이사 회장은 이번 조사에서 최연장자 여성 CEO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은희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부터 현재까지 대림통상 대표이사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래프=CXO연구소]
[그래프=CXO연구소]

국내 1000대 기업 여성 CEO 중 주식평가액이 가장 높은 주인공은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호텔신라에서는 보유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지만,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삼성전자 우선주 등에서 다수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달 19일 기준 이부진 사장의 상장사 주식가치만 해도 6조7965억원을 상회하며 국내 여성 CEO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1000억원이 넘는 주식재산을 보유한 여성 최고경영자에는 클리오 한현옥 대표이사와 코스메카코리아 박은희 대표이사 두 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 대표이사는 클리오 주식종목에서 보유한 주식평가액만 2686억원을 상회했다. 박 대표이사는 코스메카코리아 종목에서만 1007억원이 넘는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어 대주전자재료 임일지(968억원) 사장과 삼양식품 김정수(738억원) 부회장은 국내 여성 대표이사 중 주식재산 상위 다섯손가락 안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이 외 △태경산업 김해련(451억원) △콜마비앤에이치 윤여원(392억원) △신성이엔지 이지선(339억원) △이연제약 정순옥(287억원) △한세엠케이 김지원(176억원) 대표이사는 이번 조사 대상 여성 CEO 주식부자 톱10에 포함됐다.

앞서 상위 10명을 제외하고 이달 19일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억 원이 넘는 여성 대표이사는 5명 더 있었다. △조광페인트 양성아(149억6500만원) △세코닉스 박은경(149억4500만원) △인지컨트롤스 정혜승(149억2500만원) △삼현철강 조윤선(125억원) △티에이치엔 이광연(123억원) 대표이사의 주식가치는 100억원을 넘어섰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근 국내 대표적인 IT업체인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에서도 최근 여성 CEO를 전면에 내세워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앞서 두 기업처럼 어려운 기업 상황에서 여성 CEO에게 경영 지휘봉을 맡기는 사례가 증가하는 데에는 단순히 단기 실적 상승보다는 기존에 오랫동안 형성된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시대에 맞게 개선하면서 공정성, 신뢰성, 투명성, 다양성, 유연성 등을 강화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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