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 등을 줄여 실질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는 행위)'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았다. 식료품·생필품의 용량을 줄이거나 성분을 바꿀 경우 반드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슈링크플레이션 자체는 억제되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부작용이 발현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가격은 놔둔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기업들이 제품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와 제조사 홈페이지 등에 이를 알리도록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자 부당행위로 간주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현재 대규모 점포의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단위가격 표시를 온라인 매장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슈링크플레이션 등 일부 식품 업체들의 '꼼수' 가격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하에 마련됐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참가격 내 73개 가공식품 품목(209개 상품)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3개 품목(19개 상품)에서 용량 축소가 확인됐다. 또 지난 11월 23일부터 운영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53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2개 품목(9개 상품)에서 용량 축소가 확인됐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기업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 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사실상 가격 인상임에도 소비자가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소비자에게 용량 변경 사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대책이 적용되면 용량 등의 변경 사항을 알리기 위해 포장재를 전면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슈링크플레이션 자체는 일정 부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자재 값 상승, 경기 침체 장기화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부작용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슈링크플레이션 대신 가격과 용량은 유지하되 재료비 등을 낮춰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 묶음 판매인데도 낱개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번들플레이션' 등이 더 성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 책정은 오롯이 기업의 몫이다. 일일이 개별 품목들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들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언젠가는 억눌렸던 가격이 한꺼번에 폭등할 것이란 관측도 힘을 받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정부 기조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슈링크플레이션 등을) 일종의 자구책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대책도) 결국 기업이 손실을 감내하라는 것인데,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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