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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결산/제약바이오] '통합 셀트리온' 탄생 속 두드러진 '양극화'


1.7조 기술수출 쾌거 vs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극명히 갈린 명과 암
비대면 진료 둘러싼 잡음 이어져…의료계·산업계 모두 볼멘소리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2023년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도전적인 한 해였다. 산업 지형도까지 바꿔 놓은 코로나19 호황기를 지나, 올해 본격적인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이 시작됐다. 그 과도기에서 명과 암이 엇갈리기도 했다. 외형 성장과 체질 변화라는 가능성도 봤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고질적 병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산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어지는 잡음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를 관통하는 5가지 주요 뉴스를 짚어봤다.

셀트리온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셀트리온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통합 셀트리온' 가시화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숙원' 통합 셀트리온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8월 공시를 통해 그룹 주요 계열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절차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 알렸고, 10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최종 결정됐다.

합병의 최종 관문으로 여겨지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도 양사 총액 총 7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매청은 합병 등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일정 가격으로 매입해달라고 청구하는 상법상 보장된 권리다. 셀트리온그룹은 주매청 대응 자금으로 약 1조원을 준비했는데, 이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다면 합병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서 회장은 "주매청이 1조원 이상 나와도 빚을 내서라도 (합병을) 관철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실제 이 상황에 맞닥뜨리면 셀트리온의 자금 부담은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었다. 우려와 달리 주매청 부담이 최소화되면서 양사 합병에 대한 시장 내 우려도 사실상 해소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는 28일 합병 법인을 출범하고 내년 1월 12일 신주 상장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께 합병 법인이 셀트리온제약을 흡수 합병하면 계열사 3사 합병이 마무리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셀트리온과 이를 판매·유통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전통 의약품을 개발하는 셀트리온제약을 통합한 종합제약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통합 셀트리온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해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아우르는 '빅파마'로 도약하겠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JW중외제약 과천 사옥. [사진=JW중외제약]
JW중외제약 과천 사옥. [사진=JW중외제약]

◇ JW중외제약, 역대 최대 과징금…'불법 리베이트' 다시 수면 위로

제약업계의 뿌리 깊은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불법 리베이트'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JW중외제약이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으면서다. 공정위가 JW중외제약에 시정명령과 함께 잠정 부과한 과징금은 298억원에 달한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자사가 제조·판매하는 62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 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그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내부직원 회식 등 다른 내역으로 위장해 회계 처리한 정황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JW중외제약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행정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 측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행위는 2018년 이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전에 계약이 체결되고 2019년 이후까지 비용이 지급된 임상시험과 관찰연구에 대해까지 위법행위로 판단했다"며 "또 공정위가 본사 차원의 판촉 계획이 수립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임직원의 일탈 사례다. 위법행위를 은닉했다고 제시한 증거는 오히려 회사 내부에서 컴플라이언스 강화 차원에서 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기재한 문서임에도 그 취지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종근당 본사. [사진=종근당]
종근당 본사. [사진=종근당]

◇ 종근당, 1.7조 기술수출 '잭팟'…달라진 K-제약·바이오

종근당이 '잭팟'을 터트렸다. 종근당은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만 달러(약 1조6983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종근당의 기술수출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 2015년 한미약품에 이은 역대 두 번째다.

특히 시장의 눈길을 끈 건 8000만 달러(약 1041억원)에 달하는 확정 계약금이다. 확정 계약금은 기술 가치를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향후 계약이 변경되거나 파기 돼도 반환할 의무가 없다. 나머지 계약 금액은 향후 개발과 허가 단계 결과에 따라 받지 못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확정 계약금 규모는 신약 물질의 유망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도 있다. 종근당이 이번에 받을 확정 계약금은 한미약품(1·2위)과 SK바이오팜(3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많다.

업계에서는 업계 전반적으로 진행 중인 '체질 개선'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복제약만 만든다는 비아냥을 듣던 과거와 달리, 최근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임상 비용을 투입하며 R&D에 매진하는 추세다.

한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 진행하고 있다. [사진=KIST]
한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 진행하고 있다. [사진=KIST]

◇ 비대면 진료 확대 시행…의료계 vs 산업계 잡음 이어져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부터 시행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 때문이다. 보완 방안이 시행되면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에 진료를 받은 환자라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그간 같은 질환으로 30일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다.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는 대상도 늘린다. 현재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만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이 허용되는데, 여기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추가된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안에 갈 수 없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30% 이상인 시·군·구 98개다.

또 휴일·야간(오후 6시 이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다. 현재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만, 처방이 아닌 상담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한계가 있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될 경우 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처방이 쉬워질 것이란 불안감도 존재한다. 또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제삼자인 플랫폼 업체가 개입되면 의료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간 비대면 진료 대상 확대를 주장해 온 산업계에선 일단 환영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 측면에서 바라볼 땐 아직 '아쉽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핵심으로 꼽히는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약은 여전히 이용자가 약국에 직접 가서 사야 하기에 반쪽짜리 서비스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초진이 허용될 예정인 휴일·야간에 문을 여는 약국도 적다. 현재 오후 8시 이후 운영하는 약국은 전국 39%, 일요일에 여는 약국은 15%에 불과하다.

의약품 관련 이미지. [사진=아이뉴스24 DB]
의약품 관련 이미지. [사진=아이뉴스24 DB]

◇ "역대 최대 실적 or 구조조정"…두드러진 '양극화'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기조에도 대체로 호실적을 거둔 기업들이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누적 수주금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유한양행은 연매출 2조원에 도전한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42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수치다.

연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둔 기업들도 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는 올해 역대 첫 매출 1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차병원그룹의 지주회사인 차바이오텍도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매출 상위 제약사들 역시 호실적을 이어가는 추세다.

이와 반대로 찬 바람이 부는 기업들도 있다. 주력 사업 부진 등으로 실적이 휘청인 탓이다. 이들은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지난 11월 전체 인원 1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희망퇴직을 원하는 20년 이상 재직자는 1년 치 급여를, 20년 미만 재직자는 6개월 치 급여를 받는 조건이다. GC녹십자는 조직 통폐합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도 지난 5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는 것이 골자다. 또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외에도 경동제약과 유유제약은 일부 사업부를 영업대행사(CSO)로 전환하기 위해 영업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경동제약은 연초 일반의약품 영업부를 CSO로 전환하며 영업부 인력을 내보냈다. 유유제약은 올해까지만 의원영업부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해당 사업부를 CSO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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