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 약혼 믿고 내준 전셋집 명의…이별 후 보증금 들고 '도망'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결혼을 약속한 여성이 이별 후 전세보증금을 들고 사라져 이를 되찾고 싶다는 남성 이야기가 소개됐다.

지난 13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내와 사별 후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남편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사별 후 아내의 빈 자리를 많이 느끼게 된 남편은 결혼 정보회사를 통해 본인과 비슷한 조건의 여성을 소개받았다.

그 여성 역시 남편과 이혼 후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었고 아이들의 나이대도 비슷했다. 그렇게 이들은 교제를 시작했고 약 4개월 뒤 남성은 결혼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여성은 결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설였고 이에 남성은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여성 명의로 아파트 전세를 얻고 보증금까지 부담했다.

또한 결혼을 약속한 뒤 각자 딸을 데리고 아파트로 이사 온 이후에는 여성의 요구에 맞춰 가전제품과 가구를 모두 교체했다. 월세와 관리비, 공과금 역시 모두 남성이 책임졌다.

그러나 동거 시작 이후, 이들의 불화는 잦아졌다. 서로 간에 안 맞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고 이들의 딸들 역시 서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결국 남성은 동거 2달 만에 이별을 결심했다.

여성은 관계를 끝내는 대가로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남성에게 상의도 없이 보증금을 받아 떠났다.

남성은 "다시 보증금을 받고 싶다. 어떤 걸 준비하면 되겠나"라고 도움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김진형 변호사는 "약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혼인을 하기로 한 당사자 사이 의사 합치만 있으면 되고, 약혼식과 같은 특별한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묵시적인 합의만으로도 약혼이 성립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연의 경우, 의뢰인과 상대방이 각자 자녀와 함께 임차한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한 무렵에는 의뢰인과 상대방 모두 약혼에 대한 의사가 명시적으로 일치했거나 또는 상대방이 의뢰인의 약혼 의사표시를 외부적으로 승낙함으로써 이들 사이 약혼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에 약혼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약혼 당사자가 혼인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다른 당사자가 그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약혼은 언제라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고, 정당한 해제사유가 있어야만 해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약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당사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이는 약혼을 해제한 당사자 일방이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해 재산상 손해나 정신상 고통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약혼예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으로서 약혼예물 반환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연의 경우 의뢰인과 상대방 사이 약혼이 성립했다가 결별과 동시에 약혼이 해제된 것이기에 의뢰인이 상대방을 임차인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임대인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상대방이 원상회복으로서 의뢰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