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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덜 산다지만"…가격 인상은 '마이웨이'


올해 세계 명품시장 매출 3.7% 성장 그쳐…재고처리 '고민'
구찌·보테가베네타·스위스 시계업체 등은 가격 인상 단행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글로벌 명품업체가 경기 침체에 따른 명품 수요 감소로 매출 저조 및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보다는 가격 인상 횟수가 줄었지만 가격 인상을 매출 증대를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오픈도 하지 않은 샤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오픈도 하지 않은 샤넬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13일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명품시장의 매출액은 3620억 유로(약 514조원)로 작년보다 3.7%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은 했지만 2021년 31.8%, 2022년 20.3% 눈부신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

판매 저조로 재고가 쌓이면서 관련 기업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유럽의 온라인 명품 쇼핑몰 '마이테리사'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재고가 1년 전보다 44% 급증했다고 밝혔다. 버버리는 백화점에서 안 팔린 재고를 도로 사들이고 있다.

세계 1위 명품기업인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성장세도 꺾였다. LVMH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지난해 대비 9% 늘었지만 상반기 매출 증가율 17%와 비교할 때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명품 수요가 주춤했음에도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인기 라인인 오피디아 라인의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10%가량 인상했다. 구찌는 지난해 가격 인상을 두차례 단행해 주요 제품가격을 두 자릿수 이상 올렸는데 올해는 4월, 10월, 12월에 걸쳐 세차례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 4월 구찌는 GG 마몽라인의 가격을 4~5%대로 인상했고, 지난 10월 가수 아이유가 들어 인기를 끈 '구찌 홀스빗 1955'라인의 가격 역시 5~6%가량 올렸다.

보테가베네타도 지난달 일부 핸드백 제품 가격을 5~7% 인상했다. 명품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도 이달 중순부터 전 제품 가격을 6% 올릴 예정이다. 제니스와 브라이틀링은 지난 4일 제품 가격을 약 6% 인상했다.

샤넬과 고야드도 곧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에르메스와 디올은 내년 초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백화점 한 샤넬 매장. [사진=구서윤 기자]
백화점 한 샤넬 매장. [사진=구서윤 기자]

코로나19 시기 국내 명품 시장에서 가격 인상 소식은 일정한 주기 없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럼에도 명품 브랜드들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국내 백화점 업계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여했다.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은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샤넬코리아의 경우 2019년 영업이익은 1109억원이었는데 2020년 1491억원, 2021년 2489억원, 2022년 4129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풍경은 다소 달라졌다. 명품 업체가 소비자의 조금씩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샤넬은 2020년에 3번,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4번씩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에는 2월과 5월 두차례 인상에 그쳤다. 루이비통과 디올은 지난해 두차례 가격을 인상했는데 올해는 한 차례 가격을 올린 후 잠잠한 상태다.

소비자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비교적 줄어든 건 소비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샤넬의 경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을 당시 고객들이 백화점 오픈 시간 전 줄 서서 대기하는 '오픈런'이 활발했다. 이른 새벽 혹은 전날부터 대기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오픈런 현상은 잦아들었고 샤넬은 지난 7월 백화점 오픈 시간 전 대기 번호를 배부하던 '사전 접수 제도'도 폐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명품이라는 게 1000만원짜리가 1200만원으로 올라도 사는 사람들은 다 사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영역인데 코로나19 시국에는 너도나도 다 명품 구매에 달려드니까 브랜드들이 이때다 싶어 가격을 올렸고 구매 역시 많이 이뤄졌다"며 "이 여파로 명품 매출이 고신장했고 현재는 역기저가 심한 상황인데 내년에는 가격 인상 횟수가 올해보다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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