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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폐지는 손 놓더니"…'무소불위' 공인중개사협회 만드나


국회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이달 21일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심의·의결키로
한공협 법정단체로 격상…개업 중개사 가입 의무화에 단속 권한까지 부여
정부 "법정단체화 하면 국민편익 저해 가능성…사회적 공감대 있어야"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전세 사기 사태로 중개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엄청나게 쌓인 상태 아닙니까. 협회에 단속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실거래 조작에 전세 사기까지 가담한 건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공인중개사협회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겠다는 게 지금 상황에 맞는지 의문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오는 21일 회의를 열고 지난해 10월 4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다는 소식에 업계 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1년 2개월간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야당의 적극적인 요청에 심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중개사법 개정안은 △임의단체인 공인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격상 △회원 윤리 의무를 위반할 시 처분 권한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권한 부여 △개업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HUG에서 개최된 전세사기 간담회에서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왼쪽)이 원희룡 국토부장관(오른쪽)에게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중개사협회]
HUG에서 개최된 전세사기 간담회에서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왼쪽)이 원희룡 국토부장관(오른쪽)에게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중개사협회]

◇국민 재산권 보호 위해 법 개정 필요하다지만…

법안 대표 발의자인 김병욱 의원은 "한공협 설립과 협회 회원 가입에 관한 사항이 임의규정이고 협회가 회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도·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사기나 부정한 방법 등 무질서한 중개행위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어려움이 다수 발생해 내부 정화작용이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국가로부터 공인된 자격을 부여받은 중개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협회의 지도·관리 제도가 없어 국민의 재산권 보호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의원은 "갈수록 중개업무가 복잡다단해지고 있어 법령으로 시의적절하게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신속·정확한 단속과 개업공인중개사의 윤리 인식 제고를 위해 한공협 법정 단체화 및 회원 의무가입과 지도·관리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의원은 한공협이 부동산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인 실거래 신고 의무를 다하고 있고, 교육 위탁 사업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제사업을 하는 등 이미 공익 목적을 위한 법정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의 생계를 위협한 잇단 전세 사기와 같은 사건·사고에 중개사들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점, 중개보조원 역시 협회서 직무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순 교육에 그쳤다는 점,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실거래 조작 등에도 연루된 바가 있다는 점 등을 비추어 볼 때 그간 정말 협회에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국민의 불신이 큰 시점에 단속권에 이어 개업권(영업권)까지 많은 권한을 한꺼번에 주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를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잇단 전세 사기 여파에 지금 중개사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엄청나게 쌓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되레 정치권에서 나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겠다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 기준 폐지 같은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법 개정은 손 놓고 있다가 협회에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든다"며 "국민을 위한 제도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말 기준 개업공인중개사의 96.8%(11만6632명 중 11만2974명)가 가입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0.1%(124명)가 가입한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이하 새대한)' 2개 단체가 있고, 3.1%(6111명)는 어느 협회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말 한공협과 새대한은 중개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단일화 작업을 마쳤다. 통합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지난해 10월 기준 52만1421명이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이 중개보수 인하 결사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이 중개보수 인하 결사 반대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취지는 맞지만…" 국토부·공정위는 "회의적"

중개사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 소식에 업계에선 법정단체화로 인해 중개 서비스가 획일화돼 신산업 창출 및 국민 편익을 저해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만족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직방·다방·호갱노노 등 기존 중개수수료 요율보다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는 프롭테크 기업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공협이 자체적으로 윤리규정·정관을 들이대 프롭테크 기업과 뜻을 함께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개업 공인중개사는 "중개업계는 한공협 위주로 지회가 형성돼 있고, 이를 중심으로 계 모임처럼 정기적으로 등산을 간다든지, 식사한다든지 한 팀으로 굴러간다"며 "여기에 들어가지 않으면 당연히 매물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배척당하게 된다. 과거 저렴한 중개수수료를 내건 한 프롭테크 업체는 방문 항의와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는데, 카르텔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을 보면 협회 가입 의무화로 한공협이 개업권 즉, 영업 여부도 결정짓는다"며 "특정 프롭테크 업체와 함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프롭테크 플랫폼을 이용한다거나 이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두루뭉술한 윤리규정과 페널티 기준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도 개업공인중개사 의무가입을 통한 중개업계 자정작용이 제도화된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특정 협회의 법정단체화는 자유로운 단체 설립·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토부는 중개사법 개정안 심사자료를 통해 "중개업 영위 조건으로서 해당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방식이 개정안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인지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법정단체화로 인해 중개 서비스가 획일화돼 신산업 창출 및 국민 편익을 저해할 가능성을 고려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협회 의무가입에 따라 특정 협회가 '독점적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되면 공인중개사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등 경쟁 제한적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공인중개사협회가 국토부 장관, 시·도지사 및 등록관청이 불법 중개행위 등에 대해 단속하는 경우 필요한 때 협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등록관청의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단속 등 업무를 공인중개사협회가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즉, 단속권자와 단속 대상이 일원화되는데, 이에 대한 불신도 피어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단속 활동은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연관된 업무로서, 민간 협회에 이를 수탁해 그 명의와 책임으로 권한을 행사토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정위는 "부동산거래 질서 확립은 현행법 제47조의2에 따라 설치·운영되고 있는 '부동산거래질서교란행위 신고센터'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정부 부처 모두 단속권을 협회에 주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토부와 공정위는 단속 주체에 단속권이 주어진다면 제멋대로 입맛에 맞는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고, 과연 협회를 통해 그간 꾸준히 지적받아 온 중개 시장의 고질병을 고치고 자정 작업이 가능할지 의문을 품고 있다.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중개사 스스로 감시 감독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견제 장치가 필요할 텐데 국토부와 '협의'한다는 주관적인 기준으로는 개정법안이 불안해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향후 정부가 11만 회원 수를 거느린 거대한 조직에 막대한 권한을 쥐어주고도 통제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법정단체로는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무사협회,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회계사회, 감정평가사협회, 행정사협회, 건축사협회가 있으며, 가입은 의무다. 가입 의무 위반 시 감평사와 건축사협회를 제외하고 과태료 또는 직무 정지 등의 징계가 이뤄진다. 반면, 현재 공인중개사협회와 주택관리사협회, 건설협회의 가입은 의무가 아니며, 위반 시 제재도 없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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