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금융당국이 모범 관행을 통해 은행권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명문화하는 이유는 금융권 CEO 선임 절차 때마다 논란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모범 관행도 강제 규정은 아닌 데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취지대로 이행될지 여전히 미지수다.
◇CEO 선임 반복된 논란
금융지주사들은 이른바 '주인이 없는 회사'로 CEO 선임 때마다 논란을 거듭해 왔다.
이번 모범 관행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을 겨냥해 "지배 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원장도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후보군을 확정하고 차기 KB금융 회장 자격 요건을 만들었다는 지적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맞는다"고도 했다.
8개 금융지주의 CEO 선임 사례를 보면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는 평균 45일(최소 27일~최대 79일), 숏리스트(short list) 확정에서 최종 후보 결정까지 평균 11일(최소 7일~최대 19일)에 불과했다.
숏리스트 후보의 경우 대부분 대면 평가를 하면서 대체로 1회의 인터뷰나 발표 등에 그쳐 평가 방식도 단순했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은행 등 자회사 CEO 후보 추천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지주와 은행의 이사회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했다.
그간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칫 '거수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됐다.
◇당국 승계 절차·사외이사 확대 명문화
금감원이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 관행은 이사회 책임과 경영 승계 절차와 관련한 30개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은행권의 경영승계 절차를 최소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개시하고 절차와 세부 사항을 명문화하도록 했다.
국내 은행의 사외이사 수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사 선임 시 특정 전문분야·직군·성별·연령·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한 목표 비율·최소 인력수·목표 범위 등 은행별 목표를 설정해 중장기 계획도 마련한다.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37%) 중심으로, 전문분야는 금융·경제·경영(61.8%) 위주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에게 안건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고, 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도 둔다. 현재 사외이사의 획일적인 '2+1년' 임기 정책을 정비해 임기 만료가 같은 해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
이런 모범 관행에 따라 금융회사가 단계별 로드맵을 만들어 최종안을 내면 경영실태평가(CAMEL-R)에 반영해 향후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
당국은 금융사의 특성에 맞게 모범 관행을 적용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대해 "강제성보다는 지배구조의 문화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추진했다"고 밝혔다.
◇완전한 강제성은 아니다? 효과 미지수
이복현 금감원장은 12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 후 기자의 묻는 말에 "과거 일부 금융지주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회장이 사실상 모든 자회사의 임원들을 선임하고 경쟁 후보군을 제거한다는 오해나 걱정이 있었던 경우가 있다"며 "사외이사를 구성할 때도 회장이 절대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서 한 번 선임되면 상당히 오랜 기간 견제받지 않는다는 시각들이 있어 모범 관행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범 관행과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있는 원칙들이 작동하면 우려가 사라져 CEO 연임의 선, 악에 대한 논란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의 이행 여부는 평가 항목 중 하나이며 완전한 강제 사항은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완전히 강제성은 아니지만 '지주나 은행에서 알아서 해라' 이렇게 손 놓고 있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에 이 원장의 발언처럼 모범 관행으로 'CEO 연임' 꼼수가 사라지고 취지대로 실행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은행 등 금융회사는 공적인 성격도 있어 CEO가 3연임 하는 사례가 적절한지 고민해 봐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모범 관행이 취지대로 잘 실행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모범 규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외이사 등의 '회전문 인사' 지적도 있었다"며 "이번에 발표한 모범 관행을 악용하거나 꼼수를 부려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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