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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앱 만능' 시대의 그늘


[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병원, 택시, 밥집, 문화생활까지 앱으로 예약하는 시대다. 그런데 이 편리함이 결코 편리하지 만은 않은 '디지털 난민'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료를 예약받는 동네 병의원에 대한 불만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에 일요일 소아청소년과 대기 명단 사진을 공유하며 "1시 52분에 도착한 아이는 앱을 이용하지 않아 아직 대기 중인데 3시 5분에 도착한 아이는 앱으로 예약했다며 먼저 들어갔다. 아픈 애들 데리고 뭐 하는 거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병원 예약 앱은 '똑닥'으로 민간기업 비브로스가 운영하는 비대면 진료와 병원 접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미리 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순서에 맞춰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2017년 출시 이후 7년 만에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1만여 병의원과 제휴를 맺고 있다. 당초 무료였지만 지난 9월부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유료 전환돼 현재는 매달 1000원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이면에서는 생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매일 병원 예약은 더욱 빠른 속도로 마감되고, 현장 접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똑닥 앱으로만 예약 접수를 받는 병원도 있다보니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진료받을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사연을 보자. "사람 많은 곳에선 일부러 택시 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택시 기사의 호소가 최근 화제에 올랐다. 그는 한 할머니가 택시 예약 앱을 사용하지 않아, 오랜 시간 택시를 잡지 못해 대로에서 우는 것을 발견하고부터 택시 앱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택시뿐만 아니라 버스·기차 탑승권 또한 온라인 예매 위주로 판매하면서 고령층이 시간에 맞춰 터미널과 역에 방문해도 표를 구할 수 없다는 문제 제기 또한 적지 않다.

문화생활에서 제약이 걸리기도 한다. 지난 11월 막을 내린 KBO한국시리즈 경기 당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사전 예매 때문에 직접 표를 구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던 노인 팬들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은 플랫폼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나타나는 '디지털 디바이드(경제적, 사회적 여건 차에 의해 발생하는 정보격차)'다. 앱 문화가 확산되며 이런 현상은 더 커질 수 있다. 그저 '불편함' 수준이라면 몰라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서비스들마저 디지털화로 인해 소외되는 이들이 생긴다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년들이 따라가기도 버거울 만큼 빠르고, 어렵게 변화하는 사회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언제든지 디지털 난민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 이런 정보격차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엔 부유하고 젊은 소수의 계층만이 디지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런 사회가 당연해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 등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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