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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승진 잔치'는 옛말"…임원 줄이기 나선 삼성·SK·LG, 현대차는? [유미의 시선들]


삼성전자·SK·LG, 모두 승진자수 대폭 줄여…'최대 실적' 달성한 현대차, 승진자 많을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로 위기감을 느낀 삼성·SK·LG그룹이 지난해보다 임원 승진자를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경기 침체,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인사를 진행한 것도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날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자 수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이번에 신규로 선임된 임원은 총 82명으로, 지난해에는 145명이었다. 2021년 말에는 165명, 2020년 말에는 107명을 신규 선임한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체 신규 선임 임원 수는 그룹 경영전략인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강화를 위해 각 사별로 인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임원인사를 진행한 삼성전자에서도 '승진 잔치'는 없었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자 수는 전년 대비 약 24% 줄였다. 2021년 214명의 대규모 승진 인사를 실시한 후 지난해 198명, 올해 143명으로 2년 연속 임원 승진 규모가 줄었다.

특히 상무 승진자는 전년 대비 30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부사장 승진자도 지난해 59명에서 올해 51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사장단 인사에서도 사장 승진자가 2명에 그치며 지난해(7명)보다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가 역대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한 해는 2014년으로 227명이었다.

삼성전자는 승진 폭을 줄였을 뿐 아니라 정기 임원 인사 시기도 예년보다 1주 이상 앞당겼다. 이같은 조기 인사는 올해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내년 흑자전환을 빠르게 대비하겠단 취지로 읽힌다.

통상 삼성전자는 매년 12월초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고, 이후 임원급 인사를 통해 조직 개편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조기 인사를 통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DS(반도체) 부문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한파 영향으로 지난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등 올해 영업적자 규모만 약 13조원에 달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4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57%나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기 인사와 더불어 승진 폭이 축소된 것은 삼성전자가 느끼는 대내외적 위기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라며 "실적 악화 속 이번에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한 것도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 경영 안정 도모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LG그룹도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승진폭을 축소했다. 그룹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 160명보다 줄어든 139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신규 임원은 99명으로 지난해(114명)보다 줄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재계 전반에서도 감지된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2024년 임원 인사에서 경영 악화 등의 여파로 100대 기업내 전체 임원 수는 6900~7100명대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 7175명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로, 기업별로 임원 자리가 평균 3~4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봤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의 성격으로 임원 자리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늘렸지만, 이러한 판단은 경영 악화로 악수(惡手)가 되고 말았다"며 "통상적으로 임원이 증가하면 일반 직원 수도 많아지는데 경영 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직원이 증가하면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탓에 제조업 중심의 산업군에서는 경영 성적이 나빠져 허리띠를 졸라매는 차원에서 임원 승진 폭도 줄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임원 자리도 축소시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며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전자를 비롯해 정보통신 등 IT관련 업체의 임원 자리가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반면 지난달 17일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인사 시즌의 문을 연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시행할 후속 임원 인사에서 승진자가 대규모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안정 속 쇄신'을 기조로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젊은 리더가 대거 발탁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일부 조직의 경우 신기술 개발에 일부 차질이 발생해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우수 인재 224명을 승진시킨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경영 성적이 좋아 보상 차원에서 승진자가 다소 많이 나올 여지가 높다"며 "최근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중심으로 핵심 사업이 바뀌면서 젊은 IT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여성 임원도 다수 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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