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SK그룹이 40대 젊은 리더십을 앞세우며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 임원 축소라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가운데, 변화를 통해 그룹 안팎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SK그룹을 이끌었던 '부회장 4인방'은 모두 2선으로 퇴진했다. 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수장을 맡았다.
◇ 최창원 부회장, 위기속 SK그룹 '구원 투수' 등판 …'진중한 워커홀릭' 평가
SK그룹은 7일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신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했다. 최 의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1964년생으로, 최태원(1960년생) 회장보다 네 살 아래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1963년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보다는 한 살이 적다.
최 의장은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SK케미칼, SK글로벌, SK건설, SK가스 등의 임원을 거쳤다. 2017년부터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하는 중간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SK디스커버리 지분을 40.18% 보유한 최대 주주이면서, SK가스 부회장과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도 맡고 있다.
1973년 최종건 창업회장이 별세하자 그의 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그룹을 이어받았다. 1998년에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최종건 창업회장의 차남인 최신원 전 회장은 SK네트웍스를, 3남인 최창원 의장은 SK디스커버리를 각각 맡아 경영하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최 의장은 진중한 성격의 '워커홀릭'으로, 사촌 형인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의 2인자 자리에 오너 일가인 최창원 의장이 등용된 것은 주요 부회장단을 대거 교체한 가운데 그룹의 중심을 잡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 협의기구로,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20여 곳이 참여한다.
◇ 젊고 슬림해진 임원단…"글로벌 시장 대응 위해 조직 효율화·임원 축소"
이번 SK그룹의 임원인사는 신규 임원수가 대폭 줄고, 조직을 효율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신규로 선임된 임원은 총 82명이다. 지난해 145명을 신규 선임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선임 폭을 줄인 것이다. 2022년에는 165명, 2021년에는 107명을 신규 선임한 바 있다. 신규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8.5세로, 젊은 리더십이 전면에 배치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전체 신규 선임 임원 수는 그룹 경영전략인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 강화를 위해 각 사별로 인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수 관계사가 조직을 효율화하고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SK는 이날 수펙스와 SK㈜ 등에 흩어져있는 투자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계열사의 방만한 투자와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SK는 수펙스내 투자1·2팀을 SK㈜ 산하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 4개와 합쳐 SK㈜로 통폐합·축소한다.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보면 주요 계열사 7곳에서 교체됐다. SK㈜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이 선임됐다. 장 사장은 SK㈜에서 사업지원담당, PM2부문장 등을 거치며 그룹의 반도체 소재사업 진출 전략을 주도했다. 2015년에는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성공시킨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수펙스 환경사업위원장도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선임됐다.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해 SK㈜ 투자회사관리실 기획팀장, SK네트웍스 총괄사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수펙스 인재육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SK온 사장은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발탁됐다. 이 사장은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했고, 이후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아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했다.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해말까지 솔리다임 의장을 맡아 미국내 경영 활동에 전념했다.
이밖에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을,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를, SK㈜ 머티리얼즈 사장에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을,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을 선임했다.
◇ 최태원 회장의 '서든데스' 언급…'젊은 리더십'으로 위기 돌파
SK그룹을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2선으로 물러난다.부회장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계열사별 사업 현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조대식 의장은 SK㈜로, 장동현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로 각각 자리를 옮긴다. 김준 부회장과 박정호 부회장은 각각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 머물며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 주력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부회장 4인방은 최태원 회장이 '서든데스'를 처음 경고한 2016년 중책을 맡아 위기를 해결하는 등 그룹을 이끌어왔다. 이후 7년만에 새로운 위기 앞에서 젊은 리더들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데스의 돌파구로 '젊은 리더십'을 주목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새로운 경영진,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도 부사장으로 승진해 사업 개발 관련 조직을 맡게 됐다. 1989년생으로, 그룹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최 부사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처음 입사했다. 2019년 휴직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후에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을 맡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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