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워드프로세서가 탄생했을 때도, 인터넷이 생겼을 때도, 아이폰이 발명됐을 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앱이 출시됐을 때도 항상 부정적인 영향은 있었지만, 긍정적인 면이 부정적인 면을 언제나 압도했고, 생성형 AI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베리티 하딩(Verity Harding)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베넷공공정책연구소 AI 및 지정학 프로젝트 디렉터는 6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 한라홀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3'에서 '초거대 AI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라는 주제로 기조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AI의 급격한 발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인류가 늘 그래왔듯 새로운 변화를 잘 관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내비친 것이다.
하딩은 "인터넷 덕분에 여러 나라에 있는 다양한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됐고,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 자체도 180도 바뀌었다"며 "생성형 AI는 인터넷의 등장만큼 혁신적이지 않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분명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고, 그 결과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도 조심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딥페이크 기술의 탄생 등 걱정되는 요소가 있다"며 "그러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특정 창작물이 AI를 통해 만든 것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솔루션 등 이미 이런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인류는 해결책을 언제나 찾을 것이며, 사람은 사실 비기술적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언급했다.
하딩은 AI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과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분명 AI 기술은 앞으로 지정학적인 성격이 강해질 것이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AI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힘을 합치고 협력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국가 간 갈등이 골이 깊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 기술 초기 단계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AI 역량이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간 거대한 격차가 생기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의 아시아 내 위상을 감안했을 때 아시아의 목소리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 규제와 국제협력 등 AI 기술 거버넌스 구축의 중요성도 논의됐다. 규제가 혁신의 목을 죄지 않고 번영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면서도, 기업은 윤리적 원칙을 기반으로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더 나은 AI시스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딩은 "기술 역량의 빠른 발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기술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과정은 신중하고도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혁신이 만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만, 동시에 규제를 통해 해당 기술의 부정적인 부분을 관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미국 정부는 빠른 선제 대응에 나서서 인터넷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도록 보호하면서도 다소간의 규제를 더했다"며 "규제가 더 필요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시 관련 법률을 제정하면서 인터넷이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딩은 "인터넷이 막 생기던 시절, 인터넷의 가장 근간이 되는 개념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단체가 모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라는 기구가 창설됐다"며 "AI 분야도 기술 및 안전 표준을 정하거나, AI 확산을 지양해야 하는 분야를 정하는 등 특정 분야에 한한다면 연합체 형태의 국제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윤리적 AI 거버넌스와 관련해 편향성의 제거, 공정성 담보, 일정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보안성 등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원칙들이 있다"며 "기업들은 AI 사용이나 도입을 고민할 때 이러한 원칙에 입각해 AI 활용에 나서는 등 더 나은 AI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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