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요즘 전세 많이 찾죠. 근데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여기 동네서는 전세 나와도 일부러 온라인에는 안 내놔요. 중개업소 앞에 시세표나 매물정보를 올리기는 하죠. 괜히 문의 전화만 많이 오고 가격 조정해 달라 가타부타 말이 많잖아요. 그냥 딱 계약할 사람, 직접 찾아오는 분들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오기 무섭게 계약됩니다."
서울 전셋값은 상승세이고, 전세 물량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내년 공급 부족 우려와 매수 심리 위축에 전세시장으로 돌아선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당분간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주 여건이 우수하고 전세 수요층이 두터운 일부 지역에선 전세 물건을 숨기는 현상이 빚어지거나 일절 '가격 네고(협상)'가 안되는 정찰제까지 고수하는 집주인들도 등장했다.
28일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0% 보합, 아파트는 0.01%로 미미한 상승을 기록했다. 반면, 전셋값은 주택이 0.18%, 아파트가 0.28%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0.32%)을 비롯해 경기(0.42%), 인천(0.08%) 등 수도권(0.34%) 모두 전월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 지역별로는 영등포구(0.63%), 강서구(0.63%), 강동구(0.63%), 서대문구(0.52%), 송파구(0.52%) 등이 높게 상승했고, 관악구(-0.77%)만 하락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해 내년에도 전셋값 상승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셋값은 오르지만, 매물은 줄고 있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25개 구 중 24개 구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공급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매수 심리가 위축돼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 매물이 더 희소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실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서울 25개 구 중 24개 구에서 전세 매물이 1년 전과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유일하게 서울 강남구만이 지난해보다 10.1%(7785건→8576건) 늘었다.
서울 서대문구 전세 매물이 68.1%(2036건→561건) 줄며, 같은 기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어 △마포구 –58.1%(2393건→1003건) △강서구 –57.7%(2277건→965건) △동작구 –55.9%(1824건→806건) △강북구 –54.9%(551건→249건) △은평구 54.2%(1563건→716건) △양천구 –53.7%(2130건→987건) △관악구 –52.7%(1180건→559건) △구로구 –52.4%(1473건→702건) △성북구 –52.0%(1821건→875건) 등지에서 1년 새 전세 매물이 반토막 났다.
이외에도 △도봉구(-47.0%) △광진구(-46.8%) △동대문구(-43.0%) △성동구(-42.5%) △종로구(-41.9%) △중구(-41.2%) △금천구(-40.5%) △영등포구(-39.3%) △노원구(-38.4%) △용산구(-27.5%) △중랑구(-24.8%) △송파구(-22.2%) △강동구(-20.6%) △서초구(-16.7%) 등에서 1년 전과 비교해 전세 매물의 16~47%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요는 늘고, 매물은 희소해지면서 전세시장에선 소위 '쿨거래(복잡한 절차나 늘어지는 흥정 없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거래)'가 가능한 수요자 위주로 물건을 소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초구 서초동 B부동산 소속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세 물건은 네이버나 온라인, 앱에 올리지 않고 있다"며 "괜히 가격 조정만 해달라는 문의 전화만 오기 때문인데, 전세가 너무 잘나가 진짜 딱 살 사람한테만 내놓는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G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달에만 여기 전세가 6건이 나왔다"며 "갓 나온 매물인데도 날짜가 딱 떨어진 경우 바로 계약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계약된 매물 3건 모두 온라인에 내놓지 않았고, 나머지 매물도 지금 이사 날짜를 조율 중"이라며 "원래 전세수요가 풍부한 곳이라 알음알음 소개받아 오거나 진짜 전셋집을 구해야 해서 현장 방문하는 고객들한테만 선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셋값 흥정도 어려워졌다.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추기 위해 협상하는 것은 물론 순수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또는 반전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것조차 집주인과 절충이 힘든 상황이다.
서초구 양재동 일원 K부동산 관계자는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인근 단지도 지금 전세는 네고가 안된다"며 "깎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월세나 반전세 전환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시세에 따라 월세나 보증금이 오르긴 한다. 역전세난 때처럼 깎을 수가 없다는 얘기"라며 "지금 분위기에선 임대인들이 확고한 상황이고 전세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물론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인기 전세시장은 '정찰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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