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962억 파생 손실…"관리자도 징계할 듯"

[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우리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거래 손실과 관련해 트레이딩부 관리자도 딜러와 함께 징계받게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시장가도 없는 상품을 사실상 투기적인 투자(헤지)에 나섰다가 손실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위험 헤지를 위해 시장가가 없는 물건을 거래하다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평가 모델을 통해 가격을 추정하는데 (시장가가 제대로 없다 보니)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우선 가격 평가를 수행한 딜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후 그 위 관리자들도 똑같이 징계할 것"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ELS를 발행하는 증권사들과 헤지 거래를 하다 총 962억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지난 6월 자체 리스크관리 실태점검을 통해 이런 오류를 발견하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고객과는 무관한 손실이다.

그간 우리은행은 증권사에서 만든 ELS 상품을 받아 판매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금융회사와도 헤지 거래를 했다.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 ELS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헤지 거래를 위한 상품에 시장가격이 없다 보니, 평가 모형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평가 모형으로 헤지 상품의 가격을 책정했지만, 평가 모형 범위를 벗어나면서 손실이 눈덩이로 불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헤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딜러와 트레이딩부가 왜 시장가도 없는 상품을 헤지 상품으로 선택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시에 헤지 상품이 별로 없었을 수도 있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당히 모험적인 딜링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나아가 과거부터 시행한 모든 헤지 거래를 재검증한 결과 평가손실이 962억원까지 늘어난 점을 보면, 상당 기간 이런 방식의 투자를 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우리은행은 "관련 손실은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헤지 거래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이렇게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