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한국 배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전력 배구단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진 한국전력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제출한 자구책에 배구단 매각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은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를 감소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19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본사 조직 축소 △소규모 지사를 거점 지사로 통합 △정원 감축에 따른 초과 현원 조기 해소 △희망퇴직 시행 등을 통해 조직·인력 효율화 추진 등을 자구책으로 밝혔다.
산자부에 제출한 자구책에는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이 담겼는데 여기에 배구단 매각이 포함됐다. 한국전력의 자구책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발표될 전망이다.
1945년 남선전기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한국전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배구단이다.
한국전력은 배구단 매각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해체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배구단 매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전의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총부채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겼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은 하루 평균 70억원 정도다.
배구단 1년 운영비는 한국전력의 하루 이자비용 수준이다. 사실상 배구단 매각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매우 미비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배구단 운영으로 잃는 부분보다 창출 가능한 부가가치가 더욱 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전력은 탄탄한 선수 구성으로 약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내년 개관을 목표로 경기도 오산시에 배구단 클럽하우스도 짓고 있다.
배구단 매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국전력 내부 인사는 선수단과 클럽하우스를 함께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도 제안했지만 현실적으로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써가며 배구단을 인수할 기업을 찾기란 0%에 가깝다.
한국전력 배구단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해체 기로에 놓였었다. 당시 야구와 축구, 농구, 씨름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많은 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배구 종목에서도 고려증권, 한일합섬 등이 해체됐지만 한국전력은 이 위기를 넘김과 동시에 78년 동안 명맥을 유지하며 한국 배구사의 산증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약 한국전력의 배구단 매각이 실제 실행된다면 V리그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배구대표팀이 사상 첫 동반 '노메달'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 한국배구연맹(KOVO)은 V리그 인기가 식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로운 구단 창단이 요원한 상황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배구단이 매각 절차를 밟는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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