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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는 다 하는 비대면 진료, 언제나"


국감서도 전향적 논의 없어…부작용 질타만
미국·일본 등 G7,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확대 추세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코로나19 한시 허용을 계기로 숨통이 트인 듯했던 비대면 진료의 시계가 다시 흐려지고 있다. 여야와 업계 입장차가 커 법제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질타만 쏟아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한 걸음도 떼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비대면 진료를 제도적으로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진행하고 있다. [사진=KIST]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진행하고 있다. [사진=KIST]

◇1988년부터 지지부진한 비대면 진료…국감서도 쏟아진 질타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 또는 화상 등을 통해 원격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선 불법 행위로 간주된다. 원격의료를 금지하는 규제 탓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를 무조건 만나서 진료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는 지난 1988년 원격영상진단 사업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시범사업 형태로 이뤄져 왔다. 지속적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의료계·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헛돌기만 하던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방향을 찾은 듯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0년부터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덕이다. 빗장을 푼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를 받은 사람은 1379만명. 전 국민의 약 4분의 1이 수혜를 본 셈이다. 그 과정에서 처방 과정에서의 누락·실수 등 사소한 실수 몇 건 외에 중대한 의료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의 87.8%는 '재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비대면 진료는 또다시 설 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돼 법적 근거를 상실하며 시범사업으로 전환된 탓이다. 코로나19 기간과 달리 의료 취약 계층을 제외하고 재진일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제한됐다. 약 배달은 원천 금지됐다. 계도기간마저 끝나 지난달부터 시범사업 지침 위반 시 처벌을 받게 된다. 코로나19 시기 사업을 키워왔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줄줄이 서비스 축소나 사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환자 상당수가 초진이고, 재진 기준이 복잡해 초진과 재진을 가르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하면 현행 지침 내에서 정상적인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관련 증인을 대거 소환하며 전향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올해 국감에서도 별 소득은 없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는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야당을 중심으로 수가 조정, 불법 진료·처방 문제 등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 비대면 진료의 특정 극소수 사례를 부각해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며 "아쉽고 안타깝다. 국감을 거치며 비대면 진료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더 강해진 것 같다는 우려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7 국가의 코로나 이전, 기간, 후의 비대면 진료 정책 변화. [사진=원격의료산업협회]
G7 국가의 코로나 이전, 기간, 후의 비대면 진료 정책 변화. [사진=원격의료산업협회]

◇글로벌 대세 떠오른 비대면 진료…OECD 국가 중 한국만 못해

한국이 본격적인 시동조차 걸지 못하는 사이, 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특히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로 규정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일본, 프랑스, 호주 등은 일부 제한을 두긴 하지만 모두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대면 진료를 권장하면서 각국의 규제는 더욱 완화되는 추세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농촌거주자, 말기 신장질환자 등에 국한됐던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장소나 질환 제한 없이 폭넓게 허용했다. 특정 플랫폼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었던 의료정보보호법(HIPAA) 의무도 한시적으로 완화해 페이스타임이나 스카이프 등을 통해서 원격진료를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일본도 1997년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이전에는 재진 환자 및 산간벽지 등 사각지대 환자를 대상으로 9가지 만성질환에 대해서만 허용했지만 2015년, 2020년 두 번에 걸쳐 규제를 완화했다. 2020년 4월부터는 초진 환자도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주요 국가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진료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전제부터 다르다. 출발점부터 다르니 논의가 헛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에선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면 무분별한 오남용이 넘쳐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그래서 시작 자체를 하지 말자고 한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더 디테일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주는 효용은 분명하다. 코로나19 기간 15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고 대다수가 만족했다"며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에 몰두해야 한다. '걱정되니 하지 말자'는 생각은 글로벌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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