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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양자컴퓨터로 가는 또다른 길 '전자스핀 큐비트' 개발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새로운 큐비트 플랫폼 제시
복수 큐비트 시스템으로 양자 논리회로도 구현 … Science誌 게재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지금까지 나온 양자컴퓨터와 설계 방식이 다른 새로운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단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이화여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전자 스핀 큐비트'라는 새로운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발표했다.(논문명: An electron-spin qubit platform crafted atom-by-atom on a surface)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이 참여한 IBS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이용하는 새로운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제시하고, 세 개의 전자스핀으로 ‘멀티 큐비트(qubit, 양자비트)’ 시스템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이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홍 부이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 박수현 연구위원, 배유정 연구위원(이상 공동 교신저자) [사진=IBS ]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0 또는 1의 값을 가진 비트(bit)를 기본 단위로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한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기본 단위로 0과 1의 중첩 상태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 구현방식이 경쟁중이다. 초전도와 이온트랩 방식이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은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현재까지 개발된 큐비트의 집적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경쟁 외에 기존 큐비트의 약점을 보완할 새로운 방식의 양자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자의 '스핀'은 전자의 자전으로 인해 생기는 각운동량 단위로, 전자스핀 양자컴퓨터 시스템에서 정보는 위(↑)나 아래(↓)로 나타나는 전자의 스핀에 인코딩된다.

단일 원자 전자 스핀 큐비트의 3차원 모식도. 세 큐비트는 모두 산화마그네슘 표면 위 티타늄 원자들이며 STM 탐침 아래 위치한 하나의 센서 큐비트와 탐침과 떨어진 두 개의 원거리 큐비트들로 구성된다. STM 탐침을 이용한 원자 위치 조작을 통해 세 큐비트 간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설계한다. 센서 큐비트의 양자상태는 자화된 탐침이 만드는 불균일한 자기장과 결합한 탐침-기판 간 고주파 전압으로 제어하고, 각 철 원자는 탐침을 대신해서 주위 원거리 큐비트의 양자상태를 제어하는데 필요한 불균일한 자기장을 제공한다. [사진=IBS ]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그동안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원자 하나하나의 전자기적 상태를 측정하고, 제어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8년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핵스핀을 측정하는데 성공하고, 2019년에는 STM과 ESR(전자스핀공명) 기술을 결합해 티타늄 단일 원자의 스핀을 정밀하게 통제하고 원하는 양자 상태로 설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紙에 발표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표면 위 단일 원자 스핀의 큐비트 제어에도 성공했다. 남은 과제였던 여러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 큐비트 시스템을 이번 연구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큐비트 플랫폼은 얇은 절연체(산화마그네슘)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이 놓인 구조다. 연구진은 먼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큐비트(원격큐비트)들을 단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각 원격큐비트는 센서큐비트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원격큐비트의 스핀 상태가 바뀌면 센서 큐비트에 영향을 주고, 이 변화는 탐침을 통해 읽힌다. 이어 연구진은 이 큐비트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정보처리의 핵심 구성요소인 'CNOT 게이트'와 ‘토폴리(Toffoli) ’ 게이트를 구현했다. 연구는 0.4K(-272.75℃)의 온도에서 수행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의 장점으로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개별 큐비트의 크기가 1나노미터(nm) 이하로, 기존 큐비트 플랫폼에 비해 가장 작은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할 수 있으며, 초전도체 등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큐비트 소자의 종류별 특징.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 지금까지 초전도양자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가 제시됐다.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기존과 설계 방식이 다른 새로운 양자 플랫폼인 ‘단일 원자 전자스핀 큐비트 플랫폼’을 구현했다. [사진=IBS ]

박수현 연구위원은 “원격으로 원자를 조작하면서 여러 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이전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하는 큰 도약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 많은 큐비트 수와 더 오랜 연산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배유정 연구위원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수백, 수천 또는 수만개의 큐비트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에는 아직 좀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 원자를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했기 때문에 가장 높은 공간분해능을 가지며, 특정 물질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 기술을 연구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은 "후속연구를 통해 수십에서 수백개의 큐비트까지 늘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며 "또한 더 많은 양자 연산을 할 수 있게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을 더 길게 만들어 내면 다른 큐비트들에 비해 특별히 더 강한 종류의 큐비트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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