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지금까지 나온 양자컴퓨터와 설계 방식이 다른 새로운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단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이화여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전자 스핀 큐비트'라는 새로운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발표했다.(논문명: An electron-spin qubit platform crafted atom-by-atom on a surface)
일본, 스페인, 미국 연구팀이 참여한 IBS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이용하는 새로운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제시하고, 세 개의 전자스핀으로 ‘멀티 큐비트(qubit, 양자비트)’ 시스템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0 또는 1의 값을 가진 비트(bit)를 기본 단위로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한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큐비트가 기본 단위로 0과 1의 중첩 상태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을 이용한 다양한 큐비트 구현방식이 경쟁중이다. 초전도와 이온트랩 방식이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은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현재까지 개발된 큐비트의 집적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경쟁 외에 기존 큐비트의 약점을 보완할 새로운 방식의 양자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는 기초과학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자의 '스핀'은 전자의 자전으로 인해 생기는 각운동량 단위로, 전자스핀 양자컴퓨터 시스템에서 정보는 위(↑)나 아래(↓)로 나타나는 전자의 스핀에 인코딩된다.
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은 그동안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으로 원자 하나하나의 전자기적 상태를 측정하고, 제어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2018년 고체 표면 위 단일 원자의 핵스핀을 측정하는데 성공하고, 2019년에는 STM과 ESR(전자스핀공명) 기술을 결합해 티타늄 단일 원자의 스핀을 정밀하게 통제하고 원하는 양자 상태로 설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紙에 발표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표면 위 단일 원자 스핀의 큐비트 제어에도 성공했다. 남은 과제였던 여러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 큐비트 시스템을 이번 연구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큐비트 플랫폼은 얇은 절연체(산화마그네슘)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들이 놓인 구조다. 연구진은 먼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의 탐침을 이용해 각 원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작해서 여러 원자 스핀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복수 티타늄 원자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센서 역할을 할 티타늄 원자(센서 큐비트)에 탐침을 두고 원격제어 방식을 적용해 센서 및 원거리에 놓인 여러 큐비트(원격큐비트)들을 단 하나의 탐침으로 동시에 제어·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각 원격큐비트는 센서큐비트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원격큐비트의 스핀 상태가 바뀌면 센서 큐비트에 영향을 주고, 이 변화는 탐침을 통해 읽힌다. 이어 연구진은 이 큐비트 플랫폼을 이용해 양자정보처리의 핵심 구성요소인 'CNOT 게이트'와 ‘토폴리(Toffoli) ’ 게이트를 구현했다. 연구는 0.4K(-272.75℃)의 온도에서 수행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플랫폼의 장점으로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개별 큐비트의 크기가 1나노미터(nm) 이하로, 기존 큐비트 플랫폼에 비해 가장 작은 양자집적회로를 구현할 수 있으며, 초전도체 등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큐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연구위원은 “원격으로 원자를 조작하면서 여러 개의 큐비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이전까지는 표면에서 단일 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하는 큰 도약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양자컴퓨터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더 많은 큐비트 수와 더 오랜 연산시간 확보가 필요하다.
배유정 연구위원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수백, 수천 또는 수만개의 큐비트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에는 아직 좀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 원자를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했기 때문에 가장 높은 공간분해능을 가지며, 특정 물질에 국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 기술을 연구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단장은 "후속연구를 통해 수십에서 수백개의 큐비트까지 늘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며 "또한 더 많은 양자 연산을 할 수 있게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을 더 길게 만들어 내면 다른 큐비트들에 비해 특별히 더 강한 종류의 큐비트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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