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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법공백 사태' 여파 1년 이상 갈 것"


민주 주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불가" 고수
'이균용 낙마'하면 윤 대통령 새 후보자 지명해야
안철상 권한대행·민유숙 대법관 후임 제청 논란 불가피
전원합의체 뿐 아니라 대법원 소부 구성도 비상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지연으로 30년 만에 대법원이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맞이한 지난 9월 25일, 대법원 청사 앞에 법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지연으로 30년 만에 대법원이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맞이한 지난 9월 25일, 대법원 청사 앞에 법원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내 주류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으로 법원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 낙마가 현실화 될 경우 재판지연 등 여파가 1년 이상 미칠 거라는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4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부 여부를 당론으로 정할지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오는 6일 본회의 표결 직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민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간사 박용진)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속 의원 일부가 자유투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인사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관례와 함께 당 전체가 받을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대법원장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국회 동의는 국회법상 재적의원(298명) 과반수(149명)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재적의원 중 과반수(168석)를 보유한 민주당이 임명동의안을 부결하면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새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오는 10월 국정감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기소, 연말 예산안 처리 등 현안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장 후보자 문제가 정쟁의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새 대법원장이 언제쯤 임명될지는 미지수다.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월24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뒤 대법원장 공백 상태는 이날 현재 10일째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이미 '임시 대법관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9월25일 비상체제인 '대법원장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됐다.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1993년 9월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이후 30년 만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안철상 선임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았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체제를 미봉책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헌법상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완전히 달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13조는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하며, 대법원의 직원과 각급 법원 및 그 소속 기관의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직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한 법원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사법행정업무를 총괄한다"면서 "국회의 동의도 후보자가 법관의 임명 등을 행사할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대법관은 최종 상고심 재판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가 국회 검증 대상이기 때문에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법원장은 상고심 판단 가운데 전원합의체 판결만 관여한다. 게다가 주심을 맡지 않고 재판장 역할만 한다.

이 법원장은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체제를 정하고 있지만 이는 '현상 유지'를 위한 권한행사로 제한된다"면서 "헌법이 국회 동의를 얻어 부여받도록 한 대법원장 권한을, 헌법상 그럴 자격 없는 대법관이 제한 없이 행사할 수는 없다. 이것이 법원 내 다수설"이라고 설명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9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고법 부장판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권한대행 체제는 대법원장이 임명되기 까지 현재 사법부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한시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범위를 넘는 적극적인 인사권 등은 행사할 수 없다"면서 "이 선을 넘을 경우 헌법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 해석에 따르면, 당장 법관인사가 문제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안철상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헌법 104조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한대행이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데 법원 내 이론이 없어 보인다. 현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안철상 대법관의 경우에는 후임을 스스로 제청하는 셈이 된다.

신임 법관이나 기관장 임명 역시 권한대행 범위를 넘는다는 의견이 많다. 수도권에 있는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안 대법관 퇴임 이후에도 권한대행 체제가 계속 된다면 다음 선임(김선수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아 내년 2월 정기인사를 하겠지만, 전보인사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그 후유증은 결국 인사 적체에 이어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9월 25일 권한대행체제를 결정한 임시대법관 회의도 이같은 한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대법관들이 구체적인 권한 대행 범위에 대해 향후 사법부 수장 공백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원합의체를 포함한 대법원 상고심에 미칠 영향도 적지않다.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의 경우 권한대행 체제에서 열린 사례가 없다. 현재 계류 중인 전원합의체 사건은 5건이다.

여기에 현재의 대법원장 공백사태에 이어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제청까지 지연된다면, 법원행정처장을 뺀 상고심에 관여하는 대법관 13명 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3명 공석'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물론 소부 판결에도 재판 지연 등 상당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앞의 법원장은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 될 경우 그 여파는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 대회의실에 마련된 대법관석 [사진=대법원]
대법원 대회의실에 마련된 대법관석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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